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전 국무부 고위 당국자들을 보내 ‘방문을 연기해 달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펠로시 의장이 뜻을 굽히지 않자 바이든 행정부는 주미 중국대사관 관계자들과 만나 대책 마련에 고심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일 보도했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고위 당국자들은 펠로시 의장이 아시아 순방을 떠나기 전 의장 측을 찾아가 대만 방문이 초래할 지정학적 위험을 브리핑했으나 허사였다. 백악관은 82세인 펠로시 의장이 ‘35년 정치 인생’ 마감을 위한 치적 쌓기를 위해 대만 방문을 계획한다고 보고 분개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된 만류에 펠로시 의장 측은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 연기를 공개적으로 요청하면 수락을 고려하겠다”며 사실상 강행 의사를 밝혔다.
난감해진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대사관을 통해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베이징과 최대한 빨리 의사소통해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핫라인’ 구축을 시도했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서 중국을 향한 강경 발언을 쏟아낼 경우 자칫 미중 양국의 의도치 않은 무력 충돌을 촉발할까 우려해서였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지난달 30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가능성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펠로시 리스크’를 막기 위해 백악관이 동분서주한 것이다.
펠로시 의장이 비밀리에 추진한 대만 방문 계획이 지난달 1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처음 알려진 것은 그의 대만행을 막으려고 백악관이 일부러 누설했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퍼지고 있다. 이 소문에 대해 백악관은 2일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미 상원은 대만을 ‘비(非)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으로 명시해 4년간 안보비용 명목으로 매년 45억 달러(약 5조8973억 원)를 지원하는 ‘대만 정책법’ 처리를 앞두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 법안이 미중 관계를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판단”하는 백악관이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집권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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