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 중의원(하원) 부의장을 지낸 에토 세이시로(衛藤征士郞) 자민당 의원(81)이 “한국은 어떤 의미에서는 형제국(형제나라)이다. 확실히 말하면 일본이 형님뻘”이라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5일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에토 전 부의장은 4일 자민당 모임에서 이같이 말하며 “한국과 확실히 협력해 한국을 잘 지켜보고 지도한다는 큰 도량으로 한일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형제국’ ‘형님뻘’ 발언 의미에 대해 “일본은 과거 한국을 식민지로 한 적이 있었다. 그것을 생각하면 일본은 한국에 어떤 의미에서는 형과 같은 것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일 관계가 대등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일본 국민은 미일 관계가 대등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한 뒤 “마찬가지로 한국이 ‘한일 관계가 대등하다고 생각한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이 항상 지도적인 입장에 당연히 서야 한다”고 밝혔다.
에토 전 부의장은 한일의원연맹 일본 측 파트너인 일한의원연맹 소속 의원이다. 올 5월 9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일본 국회의원 경축사절단으로 방한해 윤 대통령과 만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1941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중의원 13선 의원이다.
에토 전 부의장 발언은 한일의원연맹 대표단이 일본 국회를 방문한 날에 나왔다. 한일의원연맹 간사장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도쿄에서 특파원단과 만나 “일본 국회의원 중 여러 다양한 시각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한국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한일 관계를 원만히 잘 풀어 가야 양국에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의원이 더 많다”며 말을 아꼈다.
한일의원연맹 대표단 일원인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고 사과가 필요하다”며 “한일 양국이 우호 관계를 증진시키려면 정치인들이 더 사려 깊게 언행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토 전 부의장 발언을 두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같은 역사 문제로 한일 관계가 껄끄러운 상황에서 식민 지배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일본 일각에서도 나온다. 한일 관계를 ‘상하 관계’로 해석하는 일본 정계 분위기를 보여줬다는 해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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