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에서 치열한 교전을 벌이면서 원전 안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올 3월 초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한 러시아군은 최근 남부에서 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군에 맞서 이 원전을 일종의 방패막이로 쓰고 있다. 러시아군이 인근 헤르손에도 병력을 집중 배치하고 있어 전투가 격화하면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자포리자 원전은 6, 7일 양일간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원전 근로자 1명이 다치고 방사능 감지기 3대가 파괴됐다. 공격 주체를 놓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은 8일 트위터에 “러시아의 핵 테러”라며 “러시아의 핵 부분에 대한 국제적 추가 제재가 정당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다연장 로켓포로 원전을 공격해 시설이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양측 공방이 고조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8일 “원전 공격은 자살행위”라고 경고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핵 참사의 매우 현실적인 위험을 보여준다”고 가세했다.
그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치열하게 대립했던 양측이 남부로 전선을 옮겨오는 모습도 뚜렷하다. 6일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군 트럭, 전차, 화포 등이 돈바스에서 남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자포리자에서 헤르손까지의 약 350km가 새 격전지가 되고 있고 진단했다. 남부 크림반도, 미콜라이우 등에서도 러시아군이 병력을 충원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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