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인천·강원 지역에서 그제와 어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서울에서는 연평균 강수량의 30%를 웃도는 451.0mm(오후 2시 기준)의 비가 내렸다. 그제 서울 일일 강수량은 1907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115년 만에 최고치였다. 시간당 최대 141.5mm에 이르는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면서 서울 도림천과 중랑천이 범람하고 산사태가 발생했다. 도심이 마비됨에 따라 시민들은 출퇴근길 교통대란을 겪어야 했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인천·강원의 도로 곳곳이 통제되고 지하철 일부 구간은 운행이 중단됐다. 안타까운 인명 피해도 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각 지역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틀간 12명이 사망했다.
2010년 광화문광장 침수, 2011년 우면산 산사태를 겪은 서울시는 2023년까지 상습침수지역 34곳에 1조5300억여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에 따라 방재시설을 정비해왔다. 하수도, 펌프관 등의 기준을 시간당 강우량 95mm 이상 강도를 견딜 수 있도록 대폭 올린 것이다. 이번에 피해가 컸던 서울 강남역 일대는 이 작업이 마무리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존 계획에 따라 방재시설을 완비한다고 하더라도 이번처럼 처리할 수 있는 용량 이상의 폭우가 내릴 경우에는 대응이 어려워진다. 국립기상과학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가 지금처럼 탄소를 배출한다면 2060년까지 최대 3.3도까지 평균 기온이 상승한다. 강수일수는 줄어들지만 강수량은 3.8% 늘어나 폭우가 잦아진다고 한다. 방재시설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겠지만 기후변화를 고려해서 방재능력을 추가로 확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 폭우가 보여주듯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는 취약계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그제 서울 관악구 반지하 주택에 물이 차 40대 발달장애 여성과 그의 여동생, 조카가 사망했고, 서울 동작구 반지하 주택에서도 50대 여성이 숨졌다. 열악한 주거 환경에다가 장애로 인해 대피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대피조차 어려운 취약계층에 날씨를 정확히 알리고 미리 안전한 곳으로 이동을 돕는 시스템부터 제대로 구축돼야 한다.
올해 유럽은 폭염, 미국은 폭우에 시달리는 등 이상기후가 일상화된다는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상기후에 대응하는 방재시설 개선, 취약계층 보호와 함께 근본적으로 기후 변화를 늦추기 위한 사회 전반의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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