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친서 등 백악관서 반출 의혹
前대통령 거주지 압수수색은 처음
트럼프 “재출마 막기 위한 정치공세”
공화당도 수사 적법성 감사 으름장
WP “재임때 변기에 자료 찢어버려”
“히틀러 부하처럼 복종 요구” 주장도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별장인 남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미 수사당국이 전직 대통령의 거주지를 압수수색한 것은 처음이다. 압수수색 영장은 연방법원 판사가 범죄 혐의의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때만 발부된다. 대선 불복, 지지자의 의회 난입 선동, 기밀문서 반출 및 기록물 훼손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혐의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한 상황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2024년 대선 출마 의지를 굳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출마를 막기 위한 정치 공세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야당인 공화당은 수사의 적법성에 대한 의회 차원의 조사를 예고했다. 미 정계가 상당 기간 격랑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
○ 트럼프 “FBI가 금고까지 털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일 성명을 내고 “FBI 요원들이 마러라고를 급습해 점거했다. 다른 대통령에게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이어 “내가 2024년 대선에 출마하는 것을 막고 싶은 민주당 내 극단적인 세력이 사법 체계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FBI가 자신의 금고까지 억지로 열었다며 ‘워터게이트’와 무엇이 다르냐고 항변했다. 1970년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측이 당시 야당인 민주당의 워싱턴 워터게이트빌딩 사무실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가 들통 난 사건과 다를 바 없다며 자신이 정치 공작의 피해자라고 주장한 것이다.
FBI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불법 반출 혐의와 관련해 이날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지난해 1월 퇴임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받은 친서 등 상자 15개 분량의 기밀문서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올 2월 미 국립문서보관소는 법무부에 수사를 요청했다.
그가 재임 중 각종 기밀문서를 임의로 훼손하거나 파기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정표, 보고 자료, 편지 등을 수시로 찢거나 변기에 버렸다고 보도했다. 매기 헤이버먼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변기에 버려진 일부 기록물의 사진을 8일 공개했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메모를 찢어서 버려 변기통이 막히는 바람에 배관공이 뚫어야 할 지경이었다”고 보도했다. 헤이버먼 기자는 이 내용을 포함해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난맥상을 고발한 책 ‘신용 사기꾼’의 10월 출간을 앞두고 있다.
○ 공화당 “11월 중간선거 뒤 감사” 반발
공화당 일각에선 고물가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세인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반(反)트럼프 성향이 강한 지지층 및 중도층을 결집시켜 현재 열세인 중간선거 판도를 바꾸기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이번 압수수색 관련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이 되면 즉각 법무부에 대한 감사에 들어갈 것”이라며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이 모든 문서를 보관하고 일정을 비워놓아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직 중 부적절한 발언과 행위를 거듭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잇따르고 있다. 언론인 피터 베이커와 수전 글래서가 다음 달 20일 출간 예정인 ‘분열자: 백악관의 트럼프’의 일부 원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군 장성 출신인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왜 아돌프 히틀러에게 충성한 독일군처럼 내게 복종하지 못하느냐”고 윽박질렀다고 폭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백악관 앞을 메운 시위대를 두고 마크 밀리 합참의장에게 “저들을 총으로 쏴버릴 수 없느냐”고 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독립기념일 퍼레이드에는 “다친 사람들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상이 참전용사를 제외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도 폭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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