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 ‘8·15 국민대회’ 열어… 참가자들 세종대로 ‘십자’형태 집결
“주사파 척결” 등 외치며 도로 점거… 질서유지 경찰과 곳곳서 실랑이도
집회 신고 장소 벗어나 광장 점령… 서울시 “밀려든 경우 제재 불가”
진보단체도 美대사관 인근서 집회
제77주년 광복절인 15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려 극심한 교통 혼잡을 빚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첫 광복절인 이날 집회에 인원 제한 없이 인파가 몰리면서 서울 세종대로 일대는 차량 통행이 한때 전면 통제됐다.
○ 광화문광장까지 점령한 집회 참가자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은 이날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일대에서 약 2만1000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8·15 1000만 국민대회’를 열었다. 탄핵무효운동본부, 구국동지회 등도 광화문 일대에서 각각 3000여 명, 1500여 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자유통일당은 이날 오후 2∼6시 동화면세점 앞에 약 10m 높이의 스크린을 설치하고 크레인에 대형 스피커를 매단 채 집회를 열었다. 차도와 인도에 모인 참가자들은 “좌파를 몰아내야 한다” “주사파 척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 인파는 세종대로 사거리를 중심으로 십자(十字) 형태로 몰렸다. 남북으로는 서울광장 앞 사거리부터 광화문광장까지 약 600m 구간, 동서로는 교보빌딩에서 오피시아빌딩까지 약 300m 구간의 인도와 차도 일부가 인파로 채워졌다.
오후 3시를 넘어 집회 인원이 계속 늘면서 당초 신고된 집회 장소가 아닌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인근까지 참가자들이 들어섰다. 서울시는 6일 광화문광장을 재개장하면서 집회 시위 개최를 불허한다고 밝혔는데 일주일 만에 방침이 무색해진 것이다.
경찰은 광화문광장에 들어선 집회 참가자들에게 “신고 장소를 벗어났다”며 해산 명령을 내렸지만 시위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돗자리를 깔고 앉아 태극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위를 목적으로 스피커 등 시설물을 설치한 경우 공유재산법과 조례에 따라 변상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이번처럼 주변에서 시위를 하다가 밀려든 경우 시로서는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 세종대로 통제로 교통 혼잡 극심
이날 집회로 세종대로 일대 교통은 종일 혼잡했다. 오전부터 주최 측이 무대를 설치하면서 차로 일부 통제가 시작됐다. 오후 3시 40분경부터는 시청 교차로∼세종대로 사거리와 광화문 삼거리∼세종대로 사거리 전 구간 차로가 통제됐다. 세종대로 사거리∼종로1가 구간에서도 일부 차로가 통제됐다. 통제는 오후 4시 50분경부터 순차적으로 풀렸다.
일부 집회 참가자는 통제하는 경찰을 밀쳤고, 참가자에게 밀려 펜스가 넘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더 이상 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해산 명령을 내리겠다”고 방송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날 집회에선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가 오후 3시경 무대에 올라가다가 몽둥이를 든 중년 남성에게 폭행을 당해 팔 골절상을 입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 남성을 연행해 조사했다.
전 목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2020년에도 광복절 광화문에서 약 1만5000명 규모의 집회 개최를 강행했다. 지난해에는 ‘1인 걷기 행사’ 형태로 200여 명이 참가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날 광화문 일대에선 진보 성향 단체의 집회도 열렸다. 오전 9시경 민중민주당 소속 약 50명은 광화문 주한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주한미군 철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북침전쟁연습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친 후 세종대로 사거리를 거쳐 정부서울청사 방면으로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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