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부금’ 5조 쌓아놓고 또 쌓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2일 03시 00분


시도교육청, 용처 못찾고 기금 적립… 내국세 연동 올해만 81조 배정
“학생수 감소 유초중고에 한정 말고 대학 반도체인력 양성 등에 쓰여야”

전국 지방교육청들이 날로 늘어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사용처를 찾지 못하고 기금으로 쌓아두는 관행이 심해지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학생 수나 현장 수요와 상관없이 내국세에 연동해 걷히는 구조라 올해만 81조3000억 원이 배정된 상황이다. 교육계에선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만 쓸 수 있는 현행 교부금 사용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13일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3조7337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21일까지도 보류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낸 추경액은 세수(稅收) 증가로 늘어난 교부금인데, 당장 사용할 곳이 없으니 상당액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에 쌓아두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의회는 “추경안의 약 70%인 2조7207억 원을 바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각종 기금의 재원으로 적립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보류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남 경북 전남 제주에선 이미 추경액의 14∼75%를 기금으로 적립하는 내용의 추경안이 광역시도 의회를 통과했다. 부산 광주 세종 울산에서도 유사한 예산안이 의회에 제출된 상태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4월 발간한 ‘2022 대한민국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보유한 기금은 44개로 총 5조3751억 원에 달했다. 2017년 3207억 원에서 5년 새 16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는 내국세 연동 방식이 꼽힌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구성된다. 세금이 많이 걷힐수록 시도교육청에 저절로 더 많은 돈이 들어오는데, 최근 ‘세수 호황’이 교부금 급증으로 이어졌다. 교부금은 지난해 60조3000억 원에서 올해 81조3000억 원으로 1년 만에 20조 원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당장 사용할 곳은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기금을 쌓아 두는 대신에 고등교육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서 대학 반도체 인력 육성 등 당장 필요한 부문에 지원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늘어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교육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시도교육청 보유 재원 증가에 머무르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한 대학 총장은 “유초중등 교육에 사용하지 못하고 남는 재원을 대학에 나누는 게 국가 전체로 볼 때는 더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교육 교부금#시도교육청#기금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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