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 당했다” “총선 인질이냐”…1기 신도시 부글부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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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24년 마스터플랜 수립”에 현 정부내 사업 정상 추진 우려 커져
대통령실 “가장 빨리 추진” 진화에도 일부선 “신도시가 총선 인질 됐다”
대선후 오르던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원희룡 “공약 파기는 무책임한 선동”

8·16 공급대책 발표 직후 제기된 1기 신도시(분당·산본·일산·중동·평촌) 재정비 공약 파기 논란에 대통령실이 직접 진화에 나섰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 사업 추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대선 직후 상승하던 아파트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의 불만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이달 16일 정부가 8·16 공급대책을 내놓으면서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2024년 중 수립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올해 1월 1기 신도시의 재정비 사업을 촉진하기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하는 등의 규제 완화로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5월 일산 수도권광역철도 건설 현장 방문 당시에도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실제 나온 재정비 계획 일정이 당초 언급과 차이가 큰 탓에 1기 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윤석열 정부에 ‘팽’ 당한 것”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임기 내 전국에 주택 270만 채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1기 신도시 물량은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불만을 부추겼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야권 인사들도 “사실상 공약 파기”라고 주장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 관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동산 태스크포스(TF)가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안철수 당시 위원장이 직접 나서 “차질 없이 진행한다”고 진화했다.

이번에도 논란이 커지자 19일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브리핑을 열고 “도시 재창조 수준의 마스터플랜을 신규 수립해야 하는 1기 신도시가 (마스터플랜 수립에) 1년 6개월 정도 걸리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장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공약 파기는 무책임한 선동”이라며 “정부는 1기 신도시를 하루라도 빨리 재정비해서 국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해명은 일부 주민의 반발을 또 한 번 키우는 모습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양지마을에 거주하는 김태형 씨(64)는 “8·16 공급대책의 내용과 대통령실 발표를 보면 달라진 게 없다”며 “주민들끼리는 1기 신도시 재정비 계획은 ‘총선 인질극’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주민 류모 씨(52)는 “주민들을 달래려고 대통령실에서 나선 것 같은데 속 보인다”며 “새로운 방안이 추가된 것도 아니고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의 공인중개업소 대표 역시 “늦어도 내년 초에는 관련 내용이 나올 줄 알았는데 실망감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해당 지역 집값도 하락세다. 21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3월 대통령 선거 직후 상승세를 탔던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8·16 공급대책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달 12일 기준 보합(0.00%)이던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공급대책이 발표된 후인 19일 기준 0.02% 하락으로 돌아섰다. 분당(―0.04%)의 하락 폭이 가장 컸고 △평촌(―0.02%) △산본(―0.01%) △일산·중동(0.00%)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총 30만 채에 달하는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이 단시일에 완성될 수 없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이와 관련된 설명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민들도 재정비 사업이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만큼 최소한 임기 내에는 어떠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등의 적극적 설명과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1기 신도시#2024년 마스터플랜 수립#재정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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