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로 ‘차 없는 거리’ 폐지 놓고…“신촌상권 활성화” vs “거리문화 사라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3일 03시 00분


2014년 서울 첫 대중교통전용지구
승용차 통행 금지… 버스만 다녀
상인 2000명 ‘찬성 연명부’ 제출
일부선 “보행 불편해져 손님 줄 것”
“교통체증-사고위험… 정체성 위기”
대학생 자치단체들 집단행동 나서

2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 모습. 서대문구는 이르면 9월 중순 ‘차 없는 거리’를 폐지하고 모든 차량이 통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2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 모습. 서대문구는 이르면 9월 중순 ‘차 없는 거리’를 폐지하고 모든 차량이 통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서울에는 길거리 공연 할 곳이 적어요. 신촌에서도 못 하게 된다면 어디서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연세로 ‘차 없는 거리’에서 정기 공연을 하는 대학 댄스동아리 회원 A 씨)

“‘차 없는 거리’ 조성 후 매출이 20% 이상 떨어졌어요. 신촌이 ‘차를 끌고 가기 어려운 곳’으로 인식되면서 손님이 계속 줄고 있어요.”(연세로 주변에서 15년째 술집을 운영 중인 최모 씨·50)

서울 서대문구가 ‘차 없는 거리’인 연세로에 다시 차량 통행을 전면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주변 상인과 주민, 대학생 사이에서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 “접근성 저하되면서 손님 줄어”

연세대 정문과 신촌역을 잇는 약 550m 길이의 연세로는 과거 상습 정체 구간이었다. 서울시는 2014년 1월 연세로를 서울 첫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하면서 승용차 진입을 금지하고 버스만 다니도록 했다. 주말에는 버스 통행도 금지해 ‘차 없는 거리’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까지 주말마다 ‘신촌물총축제’ 등 각종 문화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인근 상인들 사이에선 차 없는 거리 및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이후 상권이 침체됐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왔다. 신촌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B 씨(49)는 “외부에선 축제 등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 상인들은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 오히려 손님이 줄었다”고 했다.

서대문구는 ‘차 없는 거리 원상 복귀’를 공약으로 내건 이성헌 구청장이 6·1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후 서울시와 서울경찰청 등이 참여한 가운데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상인들은 ‘차량 통행 전면 허용 찬성 연명부’에 2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서대문구에 제출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차 없는 거리 정책으로 상권이 살아났다고 보는 상인은 거의 없다”며 “이르면 9월 중순 연세로를 ‘차가 다니는 거리’로 원상회복하고 신촌 상권을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 “보행자 불편하게 만들면 안 돼”

다만 상인들이 모두 ‘차 없는 거리’ 폐지에 찬성하는 건 아니다. 연세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50대 김모 씨는 “가뜩이나 폭이 좁은 왕복 2차선 도로인데 차까지 다니면 너무 복잡해질 것 같다”며 “보행자를 불편하게 만들면 이 동네를 잘 찾지 않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연세로 인근에 있는 연세대와 서강대, 이화여대 학생 자치단체들은 ‘차 없는 거리’ 폐지 반대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연세로에 차량 통행이 전면 허용되면 교통사고 위험이 증가하는 동시에 교통 체증이 우려될 뿐 아니라 문화 중심지라는 연세로의 정체성이 사라질 수 있다”며 “대학생 대상 설문 결과 약 80%가 차 없는 거리 폐지에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이승일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탄소중립 등의 추세에 따라 보행자 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할 교통 정책이 승용차 중심으로 회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다양한 주체가 각기 다른 의견을 가진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세로#차없는 거리#폐지 찬반#신촌상권 활성화#거리문화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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