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음 달이면 신축 아파트 현장에서 도배를 한 지 만 3년이 된다. 당당한 도배 기술자가 되기 위해서 노력했고 요즘은 후배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며 일을 하고 있다. 현재 내가 속해 있는 팀은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청년 다섯 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팀은 한 현장에 들어가 보통 100여 가구에서 많게는 200여 가구를 도배한다. 나는 기술자에 가까워지면서 동시에 후배들의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보는 재미로 일을 하고 있다. 후배들 또한 점차 실력이 늘고 일당도 오르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런데 문득 그동안 내가 작업한 수백 가구, 아마 이제는 1000가구도 넘을 많은 아파트 중 단 한 집이라도 살 수 있을까를 질문해 보면 힘이 빠진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생각해 봐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는 물음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3년 전 작업을 했던 서울의 한 아파트는 현재 매매가가 적게는 14억 원에서 많게는 22억 원에 거래되고 있다. 내 수입을 전부 다 저축해도 평생 동안 모으기 어려운 금액이다. 나는 내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정직한 노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노동의 결과로 평생 작은 내 집 한 칸도 마련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요즘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가장 높은 세대가 청년 세대라고 한다. 청년 세대 중에는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하게 ‘영끌’해서 내 집 마련을 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금리 인상은 이들에게 더 큰 절망을 안겨주고 있다. 청년 세대는 내 집 마련의 꿈을 꾸기도 어렵고, 또 무리해서 꿈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새로운 절망에 빠지게 되었다.
부모님 세대는 지금의 청년 세대보다는 상황이 조금은 더 나았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쉽게 집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10년, 20년 부지런히 노력하면 자기 집 한 채 정도는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이야기한다. 노력해서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였기에 ‘희망’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의식주가 불안하면 삶이 안정되지 않는다. 결혼, 출산, 육아를 포함해 미래에 대한 설계를 하기도 어렵다. 지금 내 주변의 동료들은 대부분 내 집 마련에 대한 꿈을 아예 갖지 못하고 있다. 나 역시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니 결혼이나 출산은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청년들에 대한 주택 정책도 포함되어 있는데, 부디 청년들의 내 집 마련에 큰 효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기성세대는 20, 30대 청년을 ‘N포세대’라고 부른다. 이 말은 처음에는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세대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후 취업과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한 5포세대로 뜻이 확장되고, 지금은 꿈과 희망을 포함해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을 포기한 N포세대라는 말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청년 세대 스스로가 원해서 포기에 이른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저 아무리 미래가 불투명하더라도 노력하면 가능성이 보이고 그에 따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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