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석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해 역대 최고치로 올라섰다. 환율 급등으로 물가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인 가계빚 리스크가 다시 커지는 모양새다.
23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9조4000억 원으로 3월 말보다 6조4000억 원 증가했다.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금액을 더한 것으로 가계부채의 총량을 뜻한다.
가계부채는 통상 경제 규모가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그 덩치가 커지게 된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20년과 2021년에는 가계빚이 연간 100조 원 이상씩 불어나는 등 최근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우려가 있었다. 올해 1분기(1~3월)에는 금리 상승과 부동산 경기 둔화로 사실상 증가율이 제로(400억 원 증가) 수준에 머물며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듯 했지만, 2분기(4~6월) 들어서 다시 증가세로 방향을 틀었다.
최근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은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택 매매 수요가 위축되고 있지만 2분기 주택 매매와 전세 거래가 전 분기 보다 다소 늘었다”며 “전세대출과 집단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가 지나치게 늘면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 경기를 위축시키고, 요즘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이자 상환 부담도 커지게 된다. 올 1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3%로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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