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찾은 경기 성남시 LH기업성장센터에 위치한 게임인재원. 수십 명이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이날 오전 진행한 콘텐츠 디자인, 게임아트 개론, 수학 수업에서 배운 것을 응용한 과제를 제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직 정식 교육생은 아니다. 16일부터 26일까지 이어지는 교육생 선발을 위한 ‘프리스쿨’ 과정을 통과해야 입학이 확정되고 이후 2년간 개임 개발자로서 필요한 현장 중심 교육을 단계적으로 받게 된다.
콘텐츠 수출의 핵심 산업이면서도 우수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임업계에 게임인재원이 인재 공급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졸업하기도 전에 절반 이상이 취업에 성공할 정도로 현장에서도 실무형 인재로 인정받고 있다.
25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9년 8월 문을 연 게임인재원은 다음 달 네 번째 기수를 선발해 교육을 시작한다. 학력 및 전공 제한은 없다. 첫 기수인 1기는 지난해 졸업한 48명 중 36명(75%), 졸업을 앞두고 있는 2기는 53명 중 27명(51%)이 게임 관련 창업에 나서거나 취업에 성공했다.
빠르게 성장 중인 게임업계는 늘 인력 부족에 허덕인다. 첨단 산업이면서 동시에 기획, 디자인, 프로그래밍 등 핵심 영역에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노동집약적 산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찾기가 어려워 게임사들은 신입직원보다는 주로 경력직원 채용에 의존하는 편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일러스트 포트폴리오가 그럴듯한 신입을 채용했는데 기본기가 전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학원에서 다 만들어준 포트폴리오였다”고 말했다.
게임인재원은 이 같은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현장형 인재를 양성하고자 정부 주도로 설립한 게임교육 기관이다. 전임교수들은 대기업과 중견 게임사, 스타트업 등을 두루 거쳤고, 교육비와 고성능 컴퓨터와 모니터 등 인프라를 지원해준다. 게임기획 전공 최성웅 교수(39)는 “게임산업은 트렌드가 무척 빠르게 변하는 만큼 교육생들에게 취업을 위한 단발성 포트폴리오보다는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내공을 쌓도록 교육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교육 강도가 다른 아카데미나 학원보다 높은 편이다. 매 기수 65명을 선발하지만 1기는 17명, 2기는 12명이 중도에 포기했다.
게임인재원은 2년 8학기 과정으로 운영되는데 학기를 마칠 때마다 교육생들이 직접 게임을 만든다. 기획 전공 교육생들이 자신의 기획안을 내놓으면 아트·프로그래밍 전공 교육생들이 마음에 드는 프로젝트에 합류하는 등 실제 게임 프로젝트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의견 차이로 프로젝트가 좌초하기도 하고 다시 시작하거나 다른 프로젝트와 합쳐서 새로운 게임을 만들기도 한다. 게임인재원을 거친 교육생들은 직접 프로젝트를 운영해볼 수 있는 점을 교육과정의 핵심으로 평가했다. 2기 출신으로 지난해 게임사 네오플에 취업하는 데 성공한 박형재 씨(28)는 “1년에 4개의 게임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은 다른 아카데미 등에서는 하기 힘든 경험”이라고 말했다.
게임인재원은 내년 제2캠퍼스 개원을 앞두고 있다. 현재 130명인 연간 교육인원을 240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기획, 아트, 프로그래밍 등 3개인 전공을 기획 A·B, 아트 2D·3D, 프로그래밍 3D게임·서버 등 6개로 세분하고, 전임교수도 6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