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로 감독 다큐 ‘… 제너레이션’
노력과 가족 뒷받침 결합돼 성과
유럽은 한국 젊은 팬 부러워해도 한국 팬들은 “즐길 무대가 적다”
“한국인은 늘 열심이죠. 성실하고 성과를 중시하며 준비가 철저해요. (연주가로 성공하려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집중할 각오가 필요해요.”(프리데만 아이히호른·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예술감독)
‘K클래식’ 돌풍의 배경에 숨은 ‘특종’은 없었다. 벨기에 다큐멘터리 감독 티에리 로로가 한국인들이 국제 클래식 콩쿠르를 휩쓰는 이유를 분석한 두 번째 영화 ‘K클래식 제너레이션’이 31일 국내 개봉한다. 2019년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촬영했고 지난해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초청됐다. 로로 감독은 2012년에도 영화 ‘한국 음악의 비밀’을 내놓은 바 있다.
‘K클래식 제너레이션’은 2014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부문 우승자 황수미와 다음 해 같은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우승자 임지영에게 초점을 맞춰 이들의 일상과 무대 앞뒤를 기록했다. 2015년 부소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문지영과 2018년 위그모어홀 현악4중주 콩쿠르에서 우승한 에스메 콰르텟, 2016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에 오른 피아니스트 김윤지도 모습을 보인다.
로로 감독이 찾아낸 K클래식의 키워드는 ‘경쟁’과 ‘희생’이다. 희생은 가족도 마찬가지다. 임지영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만났던 정치용 한예종 교수는 “콩쿠르는 학생의 노력뿐 아니라 교사와 부모가 최선을 다해 조건을 맞춰줄 때 훌륭한 성적이 나온다”고 말한다. 임지영은 서울의 자기 방을 ‘눈물과 희생을 담은 곳’이라고 부른다. 그의 아버지는 “뒷받침해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내가 일을 더 열심히 했다”고 전한다.
경쟁은 희생의 다른 얼굴이다. 젊은 한국 연주가들을 소개해온 KBS 클래식 FM 진행자는 “한국에서는 부모 세대가 많은 희생을 했고 살 만해진 다음에는 자녀들의 교육에 집중했다”고 전한다. 피아니스트 김윤지는 “한국은 순위 매기기를 좋아한다. 실력을 증명할 자격을 항상 요구한다”고 털어놓는다.
K클래식이 가진 다른 밝고 어두운 표정도 드러난다. 황수미와 호흡을 맞춰온 세계적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는 “독일인은 한국인을 시칠리아인에 비교한다. 감정 표현을 주저하지 않는다”며 한국인의 기질에 K클래식의 비결이 있음을 암시한다. 하지만 황수미는 “한국 문화엔 윗사람에 대한 공경이 녹아 있어 음악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속내를 전한다.
영화가 끝난 뒤 떠오르는 생각은 복잡하다. 도이치는 “유럽에는 젊은 관객이 없다”며 한국 클래식 팬들의 열정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여러 한국 클래식 팬들은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무대의 수가 적다. 관객이 젊은 게 아니라 나이 든 관객이 적은 것”이라고 얘기한다.
국제콩쿠르 우승자를 중심으로 한 ‘팬덤’이 한국 클래식 시장을 이끌지만, ‘세계 1등’을 획득하지 못한 연주가들에게 주어지는 조명과 시장은 턱없이 부족하다. 영화가 제작된 뒤 올해 5, 6월에만 한국 음악계는 시벨리우스 콩쿠르(바이올린 양인모)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첼로 최하영) 밴 클라이번 콩쿠르(피아노 임윤찬) 등 최고 권위의 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를 잇달아 배출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