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못난이 농산물’ 인기 쑥… 시세 대비 최고 52% 저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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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 등 상품성 떨어진 식재료… 가치소비 바람타고 다시 각광
전문 쇼핑몰-정기구독 상품도 나와… ‘못난이 과일’ 활용 샐러드 카페 북적
30% 할인 ‘상생과일’ 매출은 2배로… 업계 “B급 농산물 지속 발굴-판매”

서진아 씨가 3주에 1번씩 배송받는 ‘못난이 농산물’(왼쪽 사진)과 롯데마트가 성형 과정에서 버려진 육포 자투리를 모아 10% 저렴하게 파는 ‘자투리 육포’. 독자 및 롯데마트 제공
서진아 씨가 3주에 1번씩 배송받는 ‘못난이 농산물’(왼쪽 사진)과 롯데마트가 성형 과정에서 버려진 육포 자투리를 모아 10% 저렴하게 파는 ‘자투리 육포’. 독자 및 롯데마트 제공
경기 고양시에 사는 직장인 서진아 씨(33·여)는 최근 ‘못난이 농산물’ 전문 쇼핑몰 어글리어스에서 정기구독을 시작했다. 수확 중 멍이 든 양파, 갓이 너무 크거나 작게 피어 버림받은 표고버섯 등 갖가지 사연을 지닌 채소들이 3주에 1번 박스에 담겨 집으로 배송된다. 서 씨는 “평소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에 관심이 많고 요즘 채소 가격을 감안하면 가격도 괜찮은 편이라 구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에 못난이 농산물이 재조명받고 있다. 품질에는 문제가 없지만 모양이나 크기 면에서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버려졌던 식재료들이 고물가와 가치소비 바람을 타고 다시 각광받기 시작한 것. 마트에서 비정기 떨이 상품으로 파는 수준을 넘어 최근에는 아예 못난이 상품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온라인 쇼핑몰과 정기구독 상품도 나오고 있다.
○ 합리적 가격에 맛까지 ‘일석이조’
대전 한남대 캠퍼스 안에는 ‘리퍼브14’라는 샐러드 카페가 있다. 흠 있는 가전, 가구를 저렴하게 판다는 의미로 자주 쓰이는 ‘리퍼브(refurbished)’를 음식에 적용한 것으로, 못난이 과채를 활용해 가성비 좋은 샐러드와 생과일주스를 만들어 판매한다. 4500원짜리 ‘리퍼브 샌드위치’는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에게 한 끼 식사로 인기다. 대전에 사는 A 씨는 못난이 농산물 전문몰 예스어스에서 채소를 배송받고 있다. 채소별로 kg당 가격이 시세 대비 20∼52% 저렴하다. A 씨는 “끝부분 알이 덜 찬 못난이 초당옥수수였지만 맛은 최고였다”고 말했다.

못난이 식재료 활용은 세계적 트렌드다. 2015년 미국에서 창업한 임퍼펙트 푸드(Imperfect Foods)는 기존 농산물 대비 20% 이상 저렴한 가격에 못난이 농산물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헝그리 하비스트, 미스피츠 마켓 등 주(州)마다 현지 농산물을 유통·가공하는 스타트업과 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2014년 슈퍼마켓 체인 앵테르마르셰가 ‘못생긴 당근, 수프에 들어가면 상관없잖아?’라는 슬로건과 함께 못난이 당근을 팔면서 ‘푸드 리퍼브’라는 단어를 유행시켰다.
○ 25% 넘게 뛴 채소값 탓에 재조명
국내에선 최근 폭염과 집중호우, 재배면적 감소 등으로 산지 출하량이 줄면서 채소류 가격이 치솟은 탓에 못난이 농산물이 재조명받고 있다. 통계청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채소류 가격은 전년 대비 25.9% 올랐다. 2020년 9월(31.8%)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추석이 2주 앞으로 다가온 점도 식재료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마트가 시세보다 최대 30% 저렴하게 판매하는 ‘상생 과일’ 10여 종은 올해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0% 올랐다. 위메프에 따르면 최근 한 달(7월 10일∼8월 9일) 못난이 표고버섯(696%), 못난이 감자(120%), 낙과(43%), 냉동 채소믹스(27%)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늘었다. 마트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에 B급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물가 안정 및 농가와의 상생을 위해 B급 농산물을 지속 발굴하고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고물가#못난이 농산물#저렴#식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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