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플레법에 전방위 대응
최근 발효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정부가 미 측에 “2025년까지 잠정적 유예 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국 내 생산 차량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이 법으로 인해 한국산 전기차가 미국 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할 상황을 우려해 정부가 전방위 대응에 나선 것.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문제의 해법 마련을 위해 미 측과 별도 협의까지 진행한다.
다만 이런 조치가 일본, 독일 등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뒷북 대응’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IRA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역점 법률인 만큼 국산 전기차 피해를 막을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 정부 “美에 2025년까지 유예 요청”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은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현대차 공장이 2025년 (미국) 조지아주에 완공될 때까지라도 이 법을 유예해 달라고 미국에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말하자 “정확히 지적하셨다”고 답했다. 이어 “박진 외교부 장관도 미 측에 (이미) 그렇게 이야기했다”면서 “2025년까지 일종의 잠정적 조치라도 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 “의회가 제정한 법이기 때문에 행정부를 통해서 입장을 전달하는 동시에 의회에 대한 직접적인 활동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미 측과 IRA 관련 직접 교섭을 시작했다. 조태용 주미 한국대사는 29일(현지 시간)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미는 (전기차 보조금 문제) 해법 마련을 위해 정부 간 협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며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적 조치의 부당성을 강조했고 미 측도 별 이견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워싱턴에 도착한 산업통상자원부 안성일 신통상질서전략실장과 기획재정부 손웅기 통상현안대책반장, 외교부 이미연 양자경제외교국장 등 정부 합동대표단은 31일까지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및 재무부 상무부 의회 인사들과 전기차 보조금 차별 조항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안 실장은 “(미국에) 전기차 보조금 제도에 대한 우리 기업 입장과 정부 우려를 전달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뒷북 대응’ 논란과 관련해선 “(법안이) 갑자기 발표된 측면이 있고 다른 나라도 잘 몰랐던 이야기”라며 “오히려 한국이 제일 빨리 대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음 달에도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이창양 산업부 장관 등이 잇따라 미국을 방문해 전기차 보조금 차별 조항에 대한 대응 방안을 미 정부와 협의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달 18∼20일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경우 전기차 보조금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11월 미국 중간선거 앞둬 법 개정 난항
이날 국회 외통위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IRA에 대한 우려를 담은 결의안을 여야 합의로 각각 채택했다. 결의안에는 “대한민국 국회는 IRA에 따른 세제 혜택 적용 과정에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배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문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IRA 통과를 최대 성과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IRA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중간선거 이후엔 상·하원 의석 변화에 따라 미 의회가 이른바 ‘레임덕 세션’(새 의회가 공식 출범하기 전 현 의회가 마지막으로 소집하는 회기)에 들어가는 만큼 법 개정은 더 어려울 수 있다.
조 대사도 “법률이 확정된 상태라 완전한 해법 마련에는 큰 노력이 소요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한미가 IRA 개정 대신 국산 전기차에 대한 추가 혜택 제공 같은 보완책 마련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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