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반도체, 에너지 등 첨단산업에 강한 기업으로 향후 100년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삼양그룹 화학사업 부문을 이끌고 있는 강호성 대표(57·그룹장)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삼양그룹은 옥수수, 밀, 설탕 등 식품업의 기반이 되는 재료로 화학제품을 만들다 보니 다른 회사들과 차별점을 갖고 있다”며 “삼양그룹만이 개발할 수 있는 스페셜티(고기능성) 제품으로 그룹의 체질을 전환하겠다”고 했다.
1924년 설립된 삼양그룹은 내후년인 2024년에 창업 100주년을 맞는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삼양그룹은 큐원 설탕과 큐원 밀가루, 상쾌환 등 식품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지만 화학 소재 사업 매출액이 그룹 전체의 60% 안팎에 이를 만큼 화학 부문 비중이 크다. 삼양그룹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시작해 고기능성 플라스틱, 이온교환수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용 정보전자 소재, 화장품 소재 등 다양한 영역의 사업에 진출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화학사업 매출 규모는 2조7000억 원에서 올해 3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는 삼양그룹 내 식품산업과의 연계를 화학사업 부문의 강점으로 꼽았다. 삼양그룹이 국내 최초로 친환경 바이오 제품인 이소소르비드(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전분을 화학적으로 가공한 소재)를 개발한 것도 이런 특수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샴푸 린스 등에 쓰이는 화장품 소재도 비슷하다. 이는 석유계 기반의 소재를 주로 사용하다 보니 수상 생태계를 오염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강 대표는 “식품 원료로 사용되는 소재를 적극 활용해 천연 유래 소재 개발 등 친환경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친환경, 바이오, 재활용 사업 등을 향후 10년간 핵심 사업으로 꼽았다. 그는 “한때 시장을 선도했던 제품도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생산할 수 있는 범용 제품이 된다”며 “2030년이 되면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 간 포트폴리오 비중이 5 대 5 정도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삼양그룹은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신규 사업 전담 조직을 운영하면서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강 대표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및 케이스, 안경 렌즈 등 화학제품도 삼양그룹의 식품 브랜드만큼이나 생활 속에서 밀접하게 만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양그룹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PC)를 1991년 국내 최초로 생산했다. PC는 투명성, 내열성 등이 우수해 전기·전자 부품과 자동차, 의료기기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연세대 화학공학과와 미국 일리노이공과대에서 화학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강 대표는 미국 화학기업인 다우케미컬에서 아시아태평양 사업본부장(부사장)을 지낸 뒤 지난해 3월 삼양사 화학그룹장으로 취임했다. 강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교적 경제 회복세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동유럽과 동남아시아가 중요한 전략적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삼양그룹 화학사업 부문의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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