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이후 비풍토병 지역서 확산, 의료 발달한 국가서 사망자 발생
신장 손상-우울증 등 새 증상 나와
증상 없는 200명 검사서 13명 양성… 무증상자 전파 가능성 연구 중
전 세계에서 이례적으로 유행 중인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기존에 알려졌던 것과 다른 임상 증상이 보고돼 학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초기 증상이 관찰되고 무증상 감염자까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치명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망자도 나오고 있다. 중서부 아프리카 풍토병인 원숭이두창은 5월 영국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비풍토병 지역에서도 빠른 속도로 확산 중이다. 지난달 18일 기준 전 세계 감염자는 4만 명을 돌파했으며 새로운 임상 증상을 보이는 감염자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 미국서 원숭이두창 감염자 첫 사망… 인과관계 조사 중
미국 텍사스주 보건당국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원숭이두창 감염 환자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은 원숭이두창이 이 환자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조사 중이다. 사인이 원숭이두창으로 밝혀지면 미국에선 첫 사례가 된다. 지난달에는 브라질과 스페인에서 사망자가 나오는 등 풍토병 지역이 아닌 국가에서 사망 사례가 보고됐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원숭이두창의 치명률이 1%에 미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명률인 0.13%보다는 높지만 치명률 수치 자체가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현재까지 집계된 원숭이두창 사망자는 15명으로 감염자 수 대비 사망자 수가 많지는 않지만 의료 인프라가 발달한 국가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각국 보건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 무증상자도 있다… 학계 “최근 유행 중인 원숭이두창, 증상 재정의 필요”
학계는 현재 유행 중인 원숭이두창의 임상적 특징을 다시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올해 발생한 원숭이두창 발병 사례를 조사하기 위해 조직된 국제협력의사그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랜싯’에 발표된 논문을 통해 “2022년 4월 이후 발생한 원숭이두창은 전염성, 위험인자, 임상 증상 및 감염의 정의가 제대로 정의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감염자는 다양한 전신 임상 소견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신속한 식별과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 4∼6월 16개국에서 발생한 원숭이두창 발병 사례 528건을 검토한 이 논문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들의 초기 증상은 발열(62%), 무기력(41%), 근육통(31%), 두통(27%), 림프절 장애(56%)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났다. 증상이 진행되면서 항문 통증(21명), 연조직 과다 감염(18명), 인두염(5명), 눈병(2명), 급성 신장 손상(2명), 심근염(2명) 등을 겪는 사례도 관찰됐다. 감염자 중 98%는 동성애자 또는 양성애자인 남성이었으며 41%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였다. 감염 경로는 성행위로 의심된 사례(95%)가 가장 많았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의료 현장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증상을 보이는 원숭이두창 환자들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초기 증상이 없는 무증상 감염자도 나타났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달 초 미국에서 발생한 일부 감염자는 눈에 보이는 수포와 같은 병변은 없었지만 용변을 볼 때 통증을 느끼고 두통, 우울증, 발작 등의 증상을 보였다.
국제학술지 ‘내과학회보’에 최근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증상이 없는 남성 200명에게 원숭이두창 검사를 실시한 결과 13명에게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들 중 2명은 나중에 병변이 나타났다. 이처럼 무증상 감염 사례가 보고되면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원숭이두창에 대해 “발진 증상이 없는 사람은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설명문을 “무증상자에 의한 전염 가능성을 현재 연구 중이다”와 같이 수정했다.
○ 질병관리청도 새로운 증상 예의주시
질병관리청도 원숭이두창의 새로운 증상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질병청은 지난달 25일 발표된 정책보고서 ‘원숭이두창 대응체계 구축 및 초기 대응 결과’에서 “전 세계에서 확산되는 원숭이두창은 발진 양상과 임상 증상이 풍토병 지역에서 보고된 사례들과 다르다”며 “감염 초기에는 무증상 혹은 비특이적인 증상들로 발현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풍토병 지역과 연관성이 없는 감염 사례는 기존에 알려진 임상적 특징과는 다른 발진 양상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확인된 원숭이두창 환자는 1명인 가운데 감염이 의심되는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6월 21일부터 8월 8일까지 원숭이두창 의심환자로 분류된 사례는 18건이다. 이들 모두 수포 등의 피부병변이 확인됐다. 18명 중 12명이 감별진단을 받았으며 수두, HIV, 매독, 스위트증후군, 코로나19, 헤르페스바이러스 등으로 판명됐다. 6월 22일 감염이 확인된 국내 감염자는 지난달 8일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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