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밀레니얼 세대와 충성심의 종말’이란 기사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이렇게 표현했다. 직장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이전 세대들에 비해 언제든 회사를 박차고 나갈 수 있다는 비아냥거림이 묻어난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정말 그럴까.
이는 겉만 봐선 맞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틀렸다. 요즘 청년세대가 이전보다 한 직장에 머무는 기간이 평균 3년 정도 짧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정책연구소 소장이자 공공정책학과 교수인 저자는 MZ세대의 이직은 자의라기보다 타의에 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2017년 영국의 한 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X세대나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자발적으로 직장을 옮길 가능성이 25%가량 낮았다.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단기 계약이 일반화되다 보니, 이리저리 옮겨 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였던 셈이다.
저자는 이처럼 세대에 대한 기존 통념을 과감히 무너뜨린다. 여러 나라에서 모두 300만 명을 인터뷰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런 잘못된 믿음이 어디서 왔는지 탐구한다.
저자가 반박의 근거로 제시한 각종 통계에는 현실적인 메시지도 담겨 있다. 예를 들어 흔히 저성장 시대에는 고용이 불안정한 20대가 가장 불행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인 현재, 실제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세대는 20대가 아니라 40대였다. 영국의 경우 최근 1년간 스스로 세상을 등진 젊은이는 10만 명 가운데 7명꼴이고, 45∼49세는 10만 명 가운데 18명이다. 처음부터 이런 시대에 나고 자란 MZ세대보다 급변하는 세상에 40대가 느끼는 실망과 박탈감이 훨씬 크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런 고정관념이 굳어지면 세대 간의 불신도 점점 쌓여 간다는 것이다. 이는 소통을 가로막는 결정적 장애물로 작용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60세 이상 미국인이 최근 6개월 동안 중요한 문제를 함께 논의한 사람들 가운데 35세 이하는 25%에 그쳤다. 친척을 빼면 그 수치는 6%로 뚝 떨어진다. “진짜 문제는 젊은이와 나이 든 이들 사이의 분리가 점점 심해지는 상황”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해결책은 간명하다. 서로 이해하려면 일단 만나야 한다. 2010년에 출범한 영국의 공동체 프로그램 ‘케어스 패밀리(Cares Family)’가 대표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지역사회에서 노인과 청년을 잇는 해당 프로그램에 지금까지 2만2000명 정도가 참여했다. 90세 할머니 매기는 같은 동네에 사는 32세 청년 루이스와 대화한 뒤 이런 소감을 남겼다고 한다.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나이는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나는 나보다 어린 그를 존경하게 됐습니다.”
저자는 이런 작은 만남이 사회 이슈를 바라보는 인식의 틀을 바꿀 힘을 지녔다고 강조한다. 청년 세대의 고용 불안, 중·장년층의 높은 자살률, 노인 빈곤…. 이런 사회 문제가 단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 가족과 주변에서도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갈등을 줄이고 해법까지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국가 차원에서도 아랍에미리트는 ‘내각 미래부’, 헝가리는 ‘미래 세대를 위한 고충처리국’을 만들어 여러 세대가 미래를 위한 정책을 이미 함께 고민하고 있다.
“고작 10년에 불과한 세대 단위가 아니라 최소 100년 시대 단위로 사회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다소 진부하긴 하다. 하지만 현재 벌어지는 여러 첨예한 갈등을 넘어설 수 있다면 지겹게 반복하더라도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일단 서로를 향해 쓰고 있는 색안경을 벗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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