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두 번째 원숭이두창 환자가 발생했다. 독일에서 입국한 이 환자는 확진 판정을 받기 나흘 전에 동네 의원을 찾아갔지만 원숭이두창 의심 환자를 걸러내는 ‘예방 시스템’이 일선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지난달 18일 독일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A 씨가 3일 원숭이두창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4일 밝혔다. A 씨는 입국 당시 증상이 없었지만 지난달 28일부터 발열과 두통, 어지럼 증상이 나타났다. 같은 달 30일에는 피부에 통증을 느껴 서울의 한 동네 의원을 찾아갔다. 피부 통증은 원숭이두창의 주요 증상 중 하나다.
방역 당국은 7월부터 원숭이두창이 유행하는 5개국(영국, 스페인, 독일, 포르투갈, 프랑스)에 다녀온 입국자 정보를 ‘해외여행력 정보제공 시스템(ITS)’에 등록하고 있다. 특정 감염병이 유행하는 나라에서 입국한 사람이 동네 병의원을 찾아가면 진료 접수나 처방 단계에서 의료진 모니터에 “○○○ 여행 이력이 있으니 증상을 눈여겨봐 달라”는 메시지가 나타난다.
A 씨의 독일 여행 이력도 의료진에게 제공됐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원숭이두창 의심 환자를 발견한 의료진은 24시간 이내에 방역 당국에 신고할 의무가 있지만, 당시 의료진은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학조사 과정에서 의료진이 ‘메시지가 뜨는 걸 봤지만 그냥 넘어간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환자의 원숭이두창 감염을 의심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A 씨는 의료진에게 자신의 해외 방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이후 A 씨는 1일 자신이 직접 보건소에 문의한 뒤에야 원숭이두창 의심 환자로 분류됐고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6월에도 원숭이두창 의심 환자로 신고됐다가 수두 환자로 판명된 외국인 B 씨를 통해 국내 방역체계의 허점이 드러난 적이 있다. B 씨는 입국 전날부터 원숭이두창 증상인 수포성 피부병 증상을 보였지만 건강상태 질문서에는 ‘증상 없음’이라고 적어 제출해 인천국제공항 검역을 통과한 뒤 부산까지 이동했다.
4일 기준 A 씨와 접촉한 사람은 15명으로 집계됐다. 고위험 접촉자는 없고 보건소가 21일 동안 증상을 모니터링하는 중위험 접촉자가 가족과 친구 등 2명이 있다.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이 지역사회에서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 전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원숭이두창의 주된 감염 경로는 성적 접촉 등 밀접 접촉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