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피 업무 안줄어”“후배에 떠넘겨”… 은행 임피제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6일 03시 00분


임피 직원 “영업점서 힘들게 일해… 업무 강도 안줄어 임금 돌려 달라”
산업-기업-국민銀 노조 등 소송… “임금피크 선배들 업무 대신 맡아”
젊은 직원 불만… 노노 갈등 심화… 사측은 인건비 부담 우려 채용 줄여

3년차 은행원인 이모 씨(30)는 올 초 경기 수원시 영업점으로 발령받은 뒤 업무 부담이 이중으로 커졌다. 창구 옆자리에서 일하는 선배 직원 A 씨(58)가 임금피크제(임피제)를 적용받는다는 이유로 온갖 업무를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임피제 선배를 빼주지 않으면 다음 인사 때 나를 다른 영업점으로 보내 달라고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 임피제를 둘러싼 노노(勞勞) 및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5월 임피제 직원의 업무 강도 등을 줄이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세대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임피제 갈등으로 은행들의 인건비 부담이 늘면 청년 신규 채용을 줄이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임피제 비중 높은 은행 “삭감 임금 달라” 소송

5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국내 모든 은행 직원(11만3046명) 가운데 임피제를 적용받는 직원은 1.93%(2180명)로 집계됐다.

이 중 임금피크제 직원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KDB산업은행(9.81%)이었다. 이어 IBK기업은행(7.07%)과 한국수출입은행(2.94%) 순으로 임피제 비중이 높은 상위 3곳이 모두 국책은행이었다. 희망퇴직(명예퇴직)이 활발한 시중은행과 달리 국책은행은 희망퇴직자가 거의 없어 고령 인력 적체가 심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중에선 KB국민은행(2.22%)과 우리은행(2.17%)의 임피제 비중이 높았다.

현재 임피제를 두고 노사 간 소송이 진행 중인 곳도 임피제 직원이 많은 산업은행, 기업은행, 국민은행 3곳이다. 산업은행 시니어 노조 168명은 2019년 임피제로 삭감된 임금을 돌려 달라며 소송을 냈고 지난해 4월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했다. 기업은행 직원 및 퇴직자 470명도 지난해 1월 임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 현재 1심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은행 직원 40명은 지난달 임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국민은행 노사는 만 56세부터 60세까지 임금을 60%→55%→50%로 삭감하는 대신에 임피제 직원에게는 단순 업무를 맡기거나 업무량을 줄여주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노조는 “임피제 직원 대부분이 영업점 창구에서 일하고 있어 업무 강도가 줄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임피제 폐지하면 임금 1756억 원 늘어

노조의 요구대로 임금을 반환하거나 임피제를 폐지할 경우 전체 은행권에서 늘어나는 임금 비용은 1755억8800만 원으로 추산됐다. 산업은행은 732억3500만 원, 기업은행은 494억 원, 국민은행은 285억3600만 원의 임금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임피제 갈등이 은행 인건비 부담으로 작용할 경우 신규 채용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임피제를 둘러싼 노사, 노노 갈등이 확대되면 경영 불확실성이 커져 신규 채용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미 5대 시중은행의 신규 채용은 2018년 3122명에서 지난해 1248명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이달 16일 6년 만에 총파업을 예고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정부와 사측을 상대로 정년 연장과 임피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은행별로 임피제 활성화 정도 등이 달라 금융권 전반으로 소송전이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은행, 우리은행을 제외하면 나머지 시중·지방은행의 임피제 비중은 1%를 밑돈다. 강 의원은 “금융당국이 각 은행의 임피제 운영 실태를 파악해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은행#임피제#업무강도#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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