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성 시안 서북공업대, 4월 해킹 피해 신고
中당국 조사결과 발표… “NSA 산하 TAO 소행”
美블룸버그 “미-중 사이버 전쟁 갈수록 치열”
중국이 자국 대학 내 서버에 있던 항공 우주 관련 주요 데이터들을 미국 정보기관에 해킹 당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주요 매체들도 이를 비중 있게 보도하며 미국을 비난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미래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고 5일(현지 시간) 분석했다.
이날 블룸버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날 중국 국가컴퓨터바이러스 긴급대응센터는 성명을 통해 “미국 국가안보국(NSA) 산하 기관이 중국 산시성 시안의 노스웨스턴 폴리테크놀로지대(중국명 서북공업대·西北工业大学)에 ‘트로이 목마’ 사이버 공격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센터와 중국 국영 보안기업 360시큐리티테크놀로지사는 4월 이 대학이 해외로부터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고 이후 대학 내 정보 시스템을 분석해왔다. 이들은 이 대학의 서버 시스템과 인터넷 단말기에서 트로이 목마 바이러스 표본을 추출했다고 밝혔다. 트로이 목마는 정상적인 프로그램인 척 위장해 남의 컴퓨터에 설치된 뒤 데이터를 빼내는 등의 해킹 작업을 수행하는 악성 코드를 말한다.
이번에 해킹 피해자로 지목된 노스웨스턴 폴리테크놀로지대는 해당 주(州)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고 항공, 우주, 해양기술, 공학 분야의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서도 재정을 지원받아 전투기 개발 등 국가안보 관련 연구도 진행 중이다.
센터는 사이버 공격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며 “NSA는 최근 몇 년간 중국을 겨냥해 1만 건 이상의 악랄한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고 140GB(기가바이트) 이상의 중요 정보를 빼갔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NSA 산하 해킹 부서로 알려진 ‘특수접근작전실(TAO)’의 범행이라고 지목했다. 중국 외교부도 미국을 규탄하며 “중국은 어떤 형태의 사이버 공격도 단호하게 거부한다”고 밝혔다.
중국 전문가들도 미국 비판에 가세했다. 베이징의 민간 싱크탱크 ‘중국과 세계화 센터’의 앤디 목 선임연구원은 “워싱턴의 과거 행적들을 볼 때 놀랍지 않다. 미국은 사이버 전쟁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위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제기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NSA와 국무부는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중국은 사이버 공격 문제를 놓고 점점 더 치열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 정부 기관을 직접 지목해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7월 미국 연방수사국(FBI)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은 서방 기업들에게 “중국은 궁극적으로 자국이 핵심 산업을 장악하려고 외국의 지적재산을 탈취하려 한다”고 경고했다.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빈 자격으로 워싱턴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양국 사이에 사이버 공격과 지적재산권 문제가 대화 의제로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중국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e메일 시스템을 해킹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사만다 호프먼 호주전략정책연구소 선임분석가는 “중국의 주장이 사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며 “중국은 이와 유사하게 계속 미국을 비난하는 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과거부터 자국을 ‘해킹 피해자’로 묘사하고 반면 미국을 '해커의 제국'으로 비난해왔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중국 사이버 활동 전문가인 그레그 오스틴은 “미국의 활동에 대한 대중의 경계심을 높이고 미국과 동맹국들로부터 외교적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중국의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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