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생활경제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전통시장·상점가, 골목상권의 영세상인·자영업자의 계속되는 불황과 침체는 단지 그들만의 어려움이 아닌 국가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그동안 정부는 대형 유통매장의 의무휴일제 등 대기업 골목상권 진입 규제, 영세상인 카드 수수료 특례 인하, 신용보증재단의 특례 보증을 통한 저금리 경영안정자금 지원, 상권 르네상스 육성, 영세상인들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디지털 전통시장 지원, 온라인 플랫폼 지원, 스마트 상점 지원 등과 같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영세상인·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최근 3년간은 코로나19로 인해 존폐의 위기에 몰린 이들에게 재난지원금, 손실보전금 등의 명목으로 수십조 원의 혈세를 방출했다.
정부의 수많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영세상인들의 경제가 회복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일까. 대자본의 상권 침탈, 과당경쟁, 급변하는 시장에서의 낙오 등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수많은 이유는 결국 단 하나의 원인으로 귀결된다.
그것은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임에도 마치 먼 옛날의 멸종한 생물들처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한국의 상인들은 원래 조선시대 송상, 경상, 만상 등 풀뿌리 상인정신이 온몸에 배어 있어 시장경제에서 생존력과 경쟁력이 뛰어나다. 급변하는 디지털 시장경제 시대에 더 이상 뒤처지지 않도록 상인은 정부 의존경제에서 벗어나 자생력을 키우고, 정부는 백가쟁명식 지원 정책을 지양하고 전통시장·상점가, 골목상권의 영세상인·자영업자들이 자율 성장할 수 있도록 디지털 시장에 대한 유무형의 진입 장벽을 과감히 허물어야 한다.
전통시장 영세상인들은 경쟁력 있는 생활밀착형 서비스와 상품들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를 부가가치 있는 디지털 상품으로 전환시키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디지털 시장이 이들에게 열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영세상인들을 위한 디지털 시장은 정부의 허가 사업으로 되어 있는 데이터 홈쇼핑, 이른바 T커머스 홈쇼핑을 상인들에게 신설 허가해 주는 데서 사실상 열릴 것이다. 상인 전용 데이터 홈쇼핑은 전통시장 영세상인들의 생활밀착형 서비스·상품과 순수 민간자본의 결합으로 영세상인들의 디지털 판로를 획기적으로 확장시켜 줄 것이다. 또 상품 및 서비스 관련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할 수 있어 영세상인의 경쟁력을 높여 줄 것이다. 정부는 영세상인·자영업자들의 디지털 생존 환경의 첫 단추가 무엇인지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