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질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국산 신약으론 6번째 FDA 승인
3조원 규모 美시장 본격 진출
최대 수천억 기술료 수입 기대
한미약품이 개발한 바이오 신약이 삼수 끝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허가를 받았다. 한국 제약·바이오기업이 개발한 항암 분야 신약이 FDA 승인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12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호중구감소증 치료 신약 ‘롤론티스’(미국 제품명 롤베돈·사진)가 9일(현지 시간) 미국 FDA의 시판허가를 받았다. 호중구감소증은 백혈구의 한 유형인 호중구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져 면역력이 떨어지는 혈액질환으로, 보통 암 환자에게 항암제를 투여하거나 방사선 치료를 할 때 나타난다. 롤론티스는 이를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용도로 쓰인다.
한미약품은 2012년 미국 제약사 스펙트럼에 롤론티스를 기술 수출한 뒤 세 차례 도전 끝에 미국 FDA의 문턱을 넘었다. 스펙트럼은 2018년과 2019년 미국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나 자료 보완 요구 이후 자진 취하 등의 과정을 거치며 무산됐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까지 겹쳐 품목허가를 위한 실사 일정 등이 미뤄지며 심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올 3월 품목허가를 재신청하자 FDA는 6월 롤론티스 원액 생산을 담당하는 한미약품의 경기 평택시 바이오플랜트 실사를 진행해 최종 허가했다. 롤론티스는 FDA의 판매 승인을 받은 6번째 국산 신약으로,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가 2019년 승인을 받은 뒤 3년 만이다.
약 3조 원 규모로 알려진 미국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에 롤론티스가 진출하며 한미약품은 많게는 수천억 원의 기술료 수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롤론티스의 미국 현지 영업과 판매 권리는 스펙트럼이 갖지만, 한미약품은 단계에 따른 상업화 기술료(마일스톤), 경상 기술료(로열티) 등을 받게 된다. 스펙트럼은 롤론티스 판매허가를 앞두고 영업 및 마케팅 인력을 충원했다.
현재 미국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은 글로벌 바이오기업 암젠의 ‘뉴라스타’가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한미약품은 체내 의약품 약효 지속 시간을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약효 지속 시간을 3주로 늘려, 1주일에 1번 투여해야 하는 뉴라스타와 차별화할 계획이다.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은 “한미약품 신약 중 첫 FDA 허가 사례일 뿐 아니라 독자적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의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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