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은 도배비용도 안돼”…경북·포항, 태풍피해 지원금 현실화 촉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3일 14시 11분


“재기하기에는 정부 지원금이 턱없이 모자랍니다.”

13일 오후 1시경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오천시장. 상인 4명이 간이 의자에 걸터앉아 넋을 놓고 엉망이 된 상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시장은 태풍 ‘힌남노’가 들이닥친 6일 새벽 가까운 하천이 범람하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 넘쳐난 하천물이 어른 목 높이만큼 차오르면서 상가 110여 곳을 집어 삼켰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역에서는 오천시장을 비롯해 15개 전통시장 1760개 상가가 물에 잠겼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70대 여성은 “냉장고, 에어컨, 가스레인지까지 전자제품이 전부 망가져 쓸 수 없을 지경”이라며 “특별재난지역이라고 주는 지원금 200만 원은 너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시장에서 승용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대송면 제내리는 태풍의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이다. 힌남노가 쏟아 부은 비로 이곳 1135가구 가운데 90% 이상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주민 이모 씨(68)는 “해병대원과 포항시 공무원,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겨우 복구를 마무리한다고 해도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 정부 차원에서 현실적인 가계지원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정부가 태풍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조속한 일상 회복을 위해 다각적 지원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북도 관계자는 “정부가 지급하는 지원금은 사실상 침수 피해 주민들에게 도배 비용조차 안 된다. 세탁기와 냉장고 등 생활 필수 가전제품도 새로 구입해야하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금은 한참 모자란다”고 말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정부는 자연재난 지원 기준에 따라 침수 주택과 상가 등에 대해 최대 20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지원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소상공인과 피해 주민들에 대한 추가 지원이 정부 재난복구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강력하게 건의하고 있다. 피해 주민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경북도 자체 추가 지원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7일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우방신세계타운 아파트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 윤석열 대통령(앞줄 왼쪽부터)이 주민들로부터 태풍 피해 상황을 듣고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정부에 재난지원금 확대 지급을 건의할 방침이다. 경북도 제공

포항시는 지역 경제를 받치는 철강산업이 빠른 시일 내 원상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이번 태풍으로 포항제철소 인근 하천인 냉천이 범람하면서 공장 내 시설물 상당수가 침수됐다. 잠정 추산 피해 규모만 1조 5000억여 원이다. 이에 따라 이강덕 포항시장은 8일 지역을 찾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건의했다.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은 지난해 8월 제정된 ‘지역산업위기대응 및 지역 경제 회복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산업부 장관이 지정할 수 있다.

이번에 포항시가 지정되면 올해 2월 특별법 시행 이후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은 △자금·융자 등 금융·재정 지원 △연구개발 지원 및 성과 사업화 지원 △국내 판매, 수출지원과 경영·기술·회계 관련 조언 등을 받을 수 있다.

이 시장은 같은 날 지역을 찾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항사댐 건설도 건의했다. 포항시는 2016년부터 남구 오천읍 항사리에 저수량 530만t 규모의 항사댐을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댐이 건설되면 홍수피해 예방뿐 아니라 안정적인 물 공급도 가능하다.

시는 오천읍 침수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댐 건설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는 이와 함께 한 장관에게 형산강 국가하천정비와 창포빗물펌프장 증설 사업, 지방하천 태풍 피해 복구비 등 총사업비 6400억 원 지원을 건의했다. 이 시장은 “지역 민생과 경제가 하루 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정부에 피해 관련 현안 해결을 강력히 요청할 것이다. 또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항사댐도 반드시 건설되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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