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사다하루는 당겨친 우월포 많아… 무라카미, ‘밀당’ 능해 골고루 넘겨
멀티홈런도 12경기로 역대 신기록
15경기 남겨 계산상 61홈런도 가능
日 한 시즌 최다인 60개 넘을 수도
일본프로야구(NPB)에서 58년 만에 오 사다하루(82·현 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타자가 나왔다. ‘올드 팬’에게는 한국식 한자 발음인 왕정치로 더 유명한 그는 1964년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고 55홈런을 때렸다. 이후 지난해까지 어떤 일본인 타자도 한 해에 이렇게 홈런을 많이 때리지는 못했다.
무라카미 무네타카(22·야쿠르트)가 드디어 이 전설과 어깨를 맞췄다. 무라카미는 13일 일본 도쿄 메이지진구 구장에서 열린 요미우리와의 안방경기에 4번 타자로 출전해 4회말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시즌 54호 홈런(1점)을 쏘아올린 데 이어 9회말에는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시즌 55홈런(3점)까지 날렸다.
한미일 프로야구 최다인 통산 868홈런을 날린 오 회장은 1977년 당시 메이저리그 최다 기록인 755홈런(행크 에런)을 넘어선 공로로 일본 국민영예상 1호 수상자로 뽑혔다. 오 회장은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화교 가정 출신으로 대만 국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국적자 가운데서는 무라카미가 이미 NPB 한 시즌 최다 홈런 주인공이다.
오 회장과 무라카미는 모두 왼손 타자지만 홈런 방향은 차이가 난다. 오 회장은 55홈런 중 49개(89.1%)가 오른쪽 담장을 넘어간 전형적인 ‘풀(pull) 히터’였다. 반면 무라카미는 모든 방향으로 골고루 홈런을 날린 ‘스프레이 히터’라고 할 수 있다(그래픽 참조).
오 회장은 일본 스포츠 매체 ‘풀카운트’와의 인터뷰에서 “요즘은 투수 분업화가 이뤄져 같은 경기에서 한 투수를 네 번씩 상대하는 일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만큼 홈런을 때려내는 건 우리 시대보다 더 어렵다. 무라카미의 타격 기술이 그만큼 뛰어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55홈런이 NPB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은 아니다. 블라디미르 발렌틴(38·네덜란드)이 2013년 역시 야쿠르트 유니폼을 입고 60홈런을 날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야쿠르트가 시즌 15경기를 남겨 놓은 상태에서 무라카미가 현재처럼 경기당 0.43홈런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61홈런으로 시즌을 마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즌 최종전에서 55번째 홈런을 쳤던 오 회장은 “프로 5년차에 무라카미는 다른 선수들을 압도적으로 능가하며 팀 승리에 기여하고 있다. 이렇게 성적이 좋은데도 전혀 자만하지 않고 ‘지금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는 느낌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높게 평가하면서 “60홈런도 꿈이 아니다”라며 신기록 가능성을 고대했다.
8월 이후 경기당 0.55개로 홈런 페이스가 더욱 올랐다는 것도 기록 경신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무라카미는 지난달에는 두 경기에 걸쳐 한미일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5연타석 홈런을 치기도 했다. 무라카미는 13일 경기로 2013년 발렌틴(11회) 등을 제치고 시즌 최다 멀티홈런 기록(12회)도 새로 썼다.
무라카미는 “영광스럽다. 건강한 몸으로 낳아 주신 부모님과 응원해 주시는 주변분들께 감사하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의 타격과 마주해온 결과 이렇게 홈런을 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은 56호를 치는 것을 생각하겠다”고 눈앞의 목표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무라카미는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일본 대표팀의 4번 타자로 거론된다. 구리야마 히데키 일본 대표팀 감독(61)은 “중요한 순간 이렇게 때려낼 수 있는 타자는 일본 역사에서도 좀처럼 없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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