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제왕’ 스티븐 킹이 돌아왔다, 청부살인업자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6일 14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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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은 지난해 8월 미국 에스콰이어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빌리 서머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끌고 나아가는 자유를 주고 
싶었다. 이 소설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는 가닿지 못할 어딘가로 독자들을 데려간다는 점에서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뤘던 나의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황금가지 제공
스티븐 킹은 지난해 8월 미국 에스콰이어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빌리 서머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끌고 나아가는 자유를 주고 싶었다. 이 소설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는 가닿지 못할 어딘가로 독자들을 데려간다는 점에서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뤘던 나의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황금가지 제공
“나쁜 놈을 죽일 땐 바보가 돼야 한다.”

미 해군 출신인 마흔네 살 청부살인업자, 빌리 서머스는 나름 지켜온 신념이 있다. 그간 17번의 암살 의뢰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그는 언제나 ‘죽여도 되는’ 명분을 찾았다. 대상의 직업이나 나이 등은 다양했지만 언제나 똑같은 이유가 있었다. 죽어도 쌀 만큼 나쁜 사람. 그렇게 생각해야 자신도 마음이 편했다.

빌리는 그간 의뢰인들 앞에선 멍청한 척 행세했다. 조지 오웰과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즐길 정도로 상당한 지적 능력을 지녔지만 그게 훨씬 낫다고 여겼다. 조만간 바보 연기를 관두고 이 업계에서 은퇴하리라 마음먹었을 무렵, 18번째 의뢰가 들어왔다. 암살 대상은 그와 같은 청부살인업자. 당연히 죽어도 되는 인물인데다, 200만 달러라는 거금까지 주어진다. 의뢰를 수락하고 당분간 주변에서 은신한 채 지내야할 빌리에게 의뢰인 측은 뜻밖의 제안을 한다. 그들이 만들어준 가짜 신분은 바로 ‘작가’였다.

스티븐 킹이란 이름 자체가 브랜드인 저자가 하드보일드 스릴러로 돌아왔다. 영화 ‘캐리’(1976년) ‘샤이닝’(1980년) ‘미저리’(1990년) 등 걸작 호러 장르의 원작 소설가로도 유명한 그가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초자연적 현상이 주를 이뤘던 전작들과 다르게, 청부살인업도 하나의 직종으로 본다면 빌리 서머스는 매우 ‘현실적인’ 인물이다.

마지막 임무 완수를 준비하며 작가로 위장한 빌리. 기왕 하는 김에 그는 자신의 얘기를 한번 써보기로 한다. 그 어떤 초현실적인 일도 벌어지지 않지만, 빌리의 마음 속에선 초능력 같은 일이 벌어진다. 오랫동안 기억에서 지워버렸던, 어린 시절 자신의 눈앞에서 여동생이 숨을 거뒀던 순간. 이라크 전쟁에 파병돼 겪었던 지옥 같은 시간…. 영혼 깊이 내재됐던 깊은 상처의 기억들이 하나둘씩 깨어난다. 당황스럽지만 빌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시작한다. 그때 그 순간 나는 어떤 기분을 느꼈었는지.

임무를 제대로 끝내려면 여전히 어수룩하게 굴어야 했지만, 빌리는 더 이상 이전처럼 행동하기 어렵다. 뭣보다 우연히 은신처 인근 길거리에서 성폭행을 당한 채 쓰러져있던 앨리스를 마주하며 그의 인생은 돌변한다. 누군가를 보살필 상황이 아니지만, 폭력으로부터 누군가를 지키지 못했던 과거가 되살아난 그는 차마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결국 집안에 들인 앨리스는 자신이 쓴 글을 읽어주는 첫 번째 독자가 되는데…. 살인청부업자로 살던 빌리에게 지켜야 할 사람이 생겨버리고, 그에겐 더 이어가고 싶은 이야기도 생겨버렸다. 모든 게 기존 계획과는 어긋난 빌리에게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지난해 8월 미국에서 책이 출간된 뒤 저자는 현지 인터뷰에서 빌리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자의식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글을 써내려가며 방어기제가 무너져, 결국 누군가를 암살하는 자신 역시 나쁜 사람이란 걸 깨닫는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자의식이 과연 그에게 약일까 독일까. 빌리와 앨리스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현지에선 영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2020년)를 연출한 거물 제작자이자 감독인 J. J. 에이브럼스가 이 소설을 드라마 시리즈로 만들기로 결정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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