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명목 GDP, 4조 달러 밑돌아
장기 경기침체-초엔저 현상 영향
소득향상 약속 기시다 지지율 29%
2010년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에 추월당해 경제 규모 세계 3위가 된 일본이 조만간 독일에도 따라잡혀 4위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장기 경기침체와 초엔저(超円低) 현상으로 달러화 환산 일본 GDP가 30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다는 것이다. 일본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GDP는 이미 2010년대 후반부터 한국에도 뒤처지고 있다. 지난해 취임하면서 ‘새로운 자본주의’를 기치로 소득 향상을 내걸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지지율은 20%대로 주저앉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일 달러당 140엔으로 환산했을 때 일본의 올해 명목 GDP는 30년 만에 4조 달러를 밑돌아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 전망을 최근 환율로 분석한 결과 올해 일본의 명목 GDP는 3조9532억 달러로 독일(3조8513억 달러)을 살짝 웃돈다. 독일(8388만 명)이 일본(1억2558만 명)보다 인구가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1인당 GDP는 독일이 일본을 1만5000달러가량 앞선다고 추산할 수 있다.
일본의 명목 GDP가 4조 달러를 밑돈 건 ‘거품경제’가 꺼지기 시작한 1992년(3조9090억 달러) 이후 30년 만이다. 당시 일본 경제는 세계 경제의 15%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중국 유럽 등에 밀려 점유율 4%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일본은 올해 PPP 기준 1인당 GDP가 4만1809달러로 한국(4만5438달러) 미국(6만5117달러) 등에 뒤진다. PPP 기준 GDP는 해당국 화폐 가치, 물가 수준 등을 근거로 산출해 실제 소비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평가된다.
닛케이는 “달러당 140엔으로 환산하면 1990년대로 돌아간다는 계산”이라며 “10년 전 일본 평균임금은 한국의 배에 달했지만 지금은 비슷한 수준이고 구매력 기준으로는 역전됐다”고 분석했다.
달러화 강세에 따른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일본 경제 파이는 더욱 작아질 공산이 크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6월과 7월에 이어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어 달러 강세가 계속돼 엔화 약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기시다 정권은 비상이 걸렸다. 27일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장(國葬)을 마치는 대로 20조 엔(약 195조 원) 규모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나설 방침이지만 휘발유 보조금 지급 연장, 지방 교부금 확대 같은 임시방편에 그쳐 국민이 지지를 보내지 않는 상황이다.
마이니치신문이 17, 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29%로 나타나 지난해 10월 출범 이래 주요 언론 여론조사 처음으로 30% 밑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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