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회장 1일 방한 “비즈니스 목적”… 李부회장도 지난달 “제안올것 같다”
AP 설계시장 90% 장악한 ARM, 삼성서 인수땐 경쟁력 확보 기회
내부선 “가격 너무 비싸다” 부정적… 컨소시엄 참여-일부만 인수 등 거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1일 방한하면서 삼성전자와의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ARM 관련 ‘빅딜’ 가능성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손 회장은 한국 체류 기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회동할 예정이다.
○ ‘잠룡’ 삼성전자, ARM 인수전 뛰어들까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ARM 인수 참여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 그럼에도 국내외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 기업 삼성전자로서는 약한 고리인 시스템반도체 설계 부문에서의 경쟁력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가 지분 75%를 보유한 ARM은 삼성전자, 퀄컴, 화웨이 등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사용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90% 이상을 설계하는 회사다. 올해 내부적으로 자체 칩 설계 프로젝트에 착수한 삼성은 최근 ARM과의 모바일 AP 우선 제공 파트너십을 논의 중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서는 여전히 “예상되는 인수 효과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다” “굳이 처음부터 나설 필요는 없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앞서 공동 인수 의사를 밝혔던 SK하이닉스, 인텔, 퀄컴 등 기업들과의 컨소시엄 인수 혹은 상장 전 일부 지분 인수 등 두 가지 시나리오가 업계에서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시너지 효과를 취하면서도 단독 인수의 부담과 경쟁당국의 견제를 피할 수 있는 방향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삼성이 ARM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유지되고 있다. ARM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3조9000억 원이다. 이에 비해 현재 예상되는 인수 가격 50조∼70조 원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오픈 생태계를 지향하는 사업 방식에 대해서도 삼성의 의구심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현재 엔비디아가 만드는 중앙처리장치(CPU) 중 일부는 이미 ARM을 앞선 것도 있다”고도 지적했다.
○ 최종 ‘빅딜’ 여부 무관하게 적극 검토 나서야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최종 인수 결정과는 별개로 이번 ARM과의 다양한 제휴 가능성 검토를 긍정적인 기회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최종 무산이 된다 하더라도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면서 실제 ARM과의 시너지가 무엇이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RM이 보유한 무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ARM 인수 가능성이 수면에 떠오른 것은 올해 2월 ‘세기의 딜’로 불렸던 미국 엔비디아의 ARM 인수합병(M&A)이 발표 1년 반 만에 최종 무산되면서부터다. 소프트뱅크는 이후 ARM의 상장을 추진했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지지부진한 상태다.
1일 오후 캐주얼 차림으로 서울 김포공항에 도착한 손 회장은 동아일보 취재진에게 방한 취지에 대해 “비즈니스 목적”이라고 짧게 답했다. 손 회장은 약 일주일간 한국에 체류할 예정이다. 손 회장이 이 부회장의 전향적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해외 출장 귀국길에 “(손 회장이) 무슨 제안을 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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