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환자, 정상인보다 빨리 진행
정기 검사로 조기 발견해 치료 땐
시력상실 50∼60% 줄일 수 있어
당뇨병 증세로 13년째 약을 복용해 온 최모 씨(58)는 최근에 TV 방송의 자막이 두 개로 보이거나 흐릿하게 보여 답답함을 느끼면서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었다.
“녹내장을 의심해야 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인하대병원을 찾은 최 씨는 안과 검사를 받았는데 ‘당뇨망막병증’ 진단을 받았다.
당뇨약을 오랜 기간 복용하는 불편 외에 별다른 증상이 없었던 최 씨로서는 당황스러웠다.
주치의 이동현 교수(안과)는 최 씨의 망막 혈관이 많이 망가진 상태를 확인하고 ‘범망막 레이저 광응고술’ 및 ‘유리체강 내 아바스틴 주사술’을 시행했다. 혈류 순환이 좋지 않은 부분을 레이저로 치료하고, 망막에 비정상 혈관의 발달을 억제하는 약제를 주입해 시력이 더 이상 떨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눈의 망막은 카메라에 비유할 때 필름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외부에서 눈으로 들어온 빛을 수용하고 뇌로 전달해 사물을 인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 조직이다. 혈당 관리가 잘되지 않아 망막 혈관이 손상되면 시력이 떨어지고 심한 경우 실명할 수 있는데 이를 당뇨망막병증이라고 한다.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당뇨망막병증은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는 황반변성, 녹내장과 함께 국내 3대 실명질환에 속한다. 이 중 당뇨망막병증은 성인의 실명 원인 1위 질환으로 꼽힌다.
당뇨환자가 시력이 나빠지고, 사물이 변형돼 보이는 ‘변시증’, 눈앞에 먼지가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비문증’, 어두운 곳에서 빛이 보였다고 착각하는 ‘광시증’을 겪었다면 이미 당뇨망막병증이 진행돼 당뇨황반부종, 견인성 망막박리 등의 합병증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당뇨망막병증의 치료가 더 어려워진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를 오래 앓거나 혈당 조절이 잘되지 않으면 발생하기 때문에 당뇨를 처음 진단받은 환자들은 반드시 안과를 찾아 안저 검사를 포함한 정밀한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당뇨환자 중 실명 방지를 위한 안저검사를 받은 환자가 약 46%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40대의 검사율이 35.8%, 30대가 35.9%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더 낮았다. 눈 쪽에 증상이 나타날 때 상당수의 당뇨환자들이 노환이나 일시적인 증상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실명에 이르는 안타까운 사례가 빈번히 일어난다.
당뇨환자들은 망막의 변화 외에도 백내장이 정상인보다 더 빨리 진행되고 각막(흔히 검은 동자라고 일컫는 눈의 가장 바깥 부분) 등에 이상이 발견될 수도 있어 종합적인 안과 검진이 필요하다.
당뇨망막병증의 진행 정도에 따라 경과 관찰에서부터 레이저 치료, 주사 치료, 수술적 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당뇨망막병증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통해 심각한 시력 상실을 50∼60%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안과 정기 점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교수는 “눈은 한번 손상이 생기면 이전 상태로 회복하기 어렵다. 당뇨환자라면 평소 혈당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적어도 1년에 한 번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당뇨망막병증의 발병 유무를 확인하고 진행 정도를 평가해야 소중한 시력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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