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 진통제, ‘처방 잘해주는 병원’ 리스트 돌기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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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파고든 마약의 유혹]
펜타닐, 헤로인 중독성의 100배 넘어… 청소년들 “허리통증” 처방받아 투약
국내 처방 건수 3년간 67% 급증… 감시 덜한 동물병원 찾아 약 받기도

동아DB
“일부 마약 중독자 사이에선 ‘펜타닐 패치 처방이 쉬운 병원 리스트’가 돌아다니는 실정입니다.”(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약수사계장)

의료기관을 통한 마약류 의약품 유통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중독자 사이에선 말기 암 환자에게 쓰는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나 비만치료제인 식욕억제제 등을 구하는 방법이 암암리에 공유되고 있다. 특히 펜타닐의 경우 중독성이 헤로인의 100배 이상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의사 처방이 필수적인데, 일부 병원에선 무분별하게 처방을 내주는 실정이다.

지난해 5월 경남에선 ‘청소년들이 공원에서 마약을 하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이 10대 청소년 56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허리가 아프다’는 등의 이유로 병원에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은 후 공원과 상가, 심지어 학교에서까지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남 지역 28개 병원을 돌아다니며 처방받은 패치를 10배 가격에 팔기도 했다.

9일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펜타닐 처방 건수는 2018년 89만여 건에서 2020년 149만여 건으로 3년간 67% 급증했다. 특히 20대의 펜타닐 패치 처방량은 40% 가까이로 늘었다.

동물병원을 통한 마약류 의약품 처방도 증가세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식약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5602건이었던 동물병원을 통한 펜타닐 패치 처방 건수는 2021년 1만862건으로 2년 사이에 1.9배로 늘었다. 상당수는 동물병원이 식약처의 마약류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재활지도실장은 “일부 중독자 중에는 아픈 동물을 산 후에 동물병원을 방문해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비만 치료를 위한 마약류 식욕억제제 역시 병원 문턱이 낮은 탓에 무분별하게 처방·유통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식약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처방된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2억4495만 정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에 해당 약물을 처방받은 환자 수는 128만 명으로, 환자 1명이 191알의 식욕억제제를 복용한 셈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 입장에선 통증이 심하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정도라면 마약성 진통제 처방을 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최근 일선 병원에서도 의료진에 대한 마약류 관리 및 윤리 교육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했다.

#마약성 진통제#펜타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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