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커뮤니티 비프’로 시사회 진행
스크린 속 QR코드 활용해 질의응답
상영 후 1시간 이상 소통 시간 가져
“국내의 창업 생태계는 서울 강남 등 수도권에만 집중적으로 조성돼 있습니다. 지역에선 투자자를 만나기도 네트워킹 기회를 얻기도 어렵습니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지원 프로그램은 많지만 어느 정도 성장한 기업을 더 키우는 ‘스케일업’ 지원이 부족합니다.”
10일 오전 부산 중구 롯데시네마 대영 6층 상영관. “부산 창업가는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라는 관객의 질문에 무대 앞에 선 이들은 이렇게 밝혔다.
이날 행사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간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지역 창업가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 마련됐다. ‘BIFF 속 또 다른 축제’를 표방하는 ‘커뮤니티 비프’로 진행된 ‘더(THE) 창업가: 부산 다이내믹스’ 시사회에 창업가와 그의 가족, 스타트업 지원기관 관계자 등 약 130명이 참석했다.
상영 시간 23분인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이동 중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등 바쁜 창업가의 일상을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창업가들은 영화에서 “전국 스타트업 업계에 투자 유치의 찬바람이 분다지만 부산의 창업가는 시베리아 한복판에 선 상황”이라고 말하는 등 지방에 본사를 둔 창업가들의 고군분투를 가감 없이 전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장애인 채용 재택근무 시스템을 운영하는 ‘브이드림’의 김민지 대표, 화훼농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플라시스템’의 김태진 대표, 장기숙박 플랫폼 ‘미스터맨션’의 정성준 대표, 낚시 정보를 공유하는 ‘커넥트제로’의 이승엽 대표 등 4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상영회의 백미는 관객과의 만남. 영화 상영 후 관객들은 1시간 넘게 객석을 지키며 영화 주인공과 소통을 이어갔다. 스크린의 QR코드를 찍으면 연결되는 인터넷 게시판에 궁금증을 남기고, 무대 앞 창업자들의 답변에 귀를 기울였다. 본사를 서울로 옮기지 않는 이유를 묻자 브이드림 김 대표는 “판로를 국내가 아닌 아시아 등 세계 전체로 넓히면 부산의 경쟁력이 나쁘지 않다. 부산시에서 창업청 신설 등 지원을 추진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했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부산테크노파크의 김형균 원장은 “시가총액 2조 원을 넘어 부산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리노공업도 창업 초기엔 비닐봉지를 만들어 팔며 고군분투했다”면서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잘 극복해 많은 투자를 이끌어내는 기업으로 클 수 있게 지원할 것”이라고 응원했다.
이 영화는 전국 스타트업의 모임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이 5000만 원을 투입해 제작했다. 지난해 BIFF에서 우아한형제들, 직방 등의 기업을 키워낸 창업가들의 모습을 담은 ‘더 창업가’ 1편을 제작해 좋은 반응을 얻자 부산 기반 창업가의 삶에 현미경을 댄 콘텐츠 제작에 나선 것.
코스포 관계자는 “BIFF 상영 작품이란 공신력이 생기면 많은 이들이 영화를 보고 창업가의 정신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서 “펀딩을 통해 스타트업 지원기관과 벤처캐피털 등의 이야기를 담는 3편 제작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창업가’ 1, 2편은 유튜브 등에서 무료로 다시 볼 수 있다.
2018년 시작된 커뮤니티 비프는 ‘관객 중심의 영화제’로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영화제는 주최 측이 행사를 기획하면 관객은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데 그쳤지만, 커뮤니티 비프를 통해 다양한 층의 참여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여러 관객과 함께 즐길 수 있게 된 것. ‘더 창업가’ 역시 영화제 측은 영화 상영 등 실무 지원만 했고 모든 행사의 기획과 진행은 코스포 측이 맡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