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항생제는 세균 감염 치료제로,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OECD 29개국 중 세 번째로 항생제 사용량이 많은 국가다. 항생제 처방은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적절한 기간 동안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12일 서울대학교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 연구팀(전북대 의과대학 의학과 김민서, 서울대 의과대학 의과학과 박선재 연구원)은 2004년부터 2005년까지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성인 31만3161명을 대상으로 ‘항생제 누적 처방 일수’에 따른 치매 발생을 추적 관찰했다.
관찰 결과, 항생제 누적 처방 일수가 길수록 치매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생제 누적 처방일이 91일 이상인 그룹은 항생제를 처방받지 않은 그룹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44% 증가한 것이다.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은 46% 상승했다.
교란 변수들을 통제하기 위한 성향 점수 매칭(Propensity score matching) 분석 결과에서도 항생제 처방 그룹의 치매·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다.
교신저자인 박상민 교수는 “부적절한 항생제의 오남용은 향후 치매 발생 증가와 관련이 있다”며 “항생제 처방은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적응증에 맞게 적절한 기간 동안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항생제 오남용은 전세계적인 보건·의학적 문제다.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OECD 29개국 가운데 세 번째로 항생제 사용량이 많은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항생제 장기 사용은 장내 미생물균총의 불균형을 일으켜 여러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존재한다. 특히 장 미생물-뇌 축(Gut microbiota-brain axis) 이론을 바탕으로 항생제 장기 복용에 의한 장내 미생물균총의 변화가 뇌 및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소개된 치매는 ‘인지기능장애가 심한 상태’라는 증상을 일컫는 용어로, 질환을 뜻하는 용어는 아니다. 치매의 60∼70%를 차지하는 원인 질환은 알츠하이머병이다. 즉,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이고, 치매는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중요한 증상이다.
치매는 고령 인구의 장애와 사망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2020년 치매 환자는 전세계적으로 5000만 명에 달했다. 2050년에는 그 수가 1억52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의 축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생물학적 요인 및 생활 습관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밝혀져 ‘다원인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치매의 위험인자를 파악하기 위한 수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인용색인(SCI)급 학술지인 ‘프론티어스 인 파머콜로지’(Frontiers in Pharmacology)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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