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9월 물가상승률이 주거비와 식료품비 급등으로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8.2%로 나타났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비를 제외한 ‘근원 물가상승률’은 6.6%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에 따라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이 연말까지 이어지며 미국의 ‘4%대 금리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 유력해졌다. 13일(현지 시간)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직후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을 가늠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서 11월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91.8%까지 올랐다. 제로였던 1%포인트 인상 확률도 8.2%로 올랐다. 현재 미국 금리는 3.00~3.25%다.
예상을 뛰어넘는 미 물가 지표가 나온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이날 뉴욕 3대 증시는 일제히 2%가 넘는 하락세로 출발했고,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4.0%에 육박하며 2011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엔화 가치도 장중 달러당 147엔을 넘어서며 1990년 이후 3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 근원 소비자물가상승률 40년 만에 최고치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8.2%(전년 동월 대비)는 8월(8.3%)에 비해 상승세가 소폭 둔화된 수치지만 시장의 예상치(8.1%)보다 높았다. 전월 대비로 보면 0.4% 상승으로 최근 3개월 중 가장 높았다.
9월 근원 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6%, 전년 대비 6.6%로 1982년 이후 가장 높았다. 근원 물가지수는 외부 공급 충격의 영향을 받기 쉬운 에너지나 식료품을 제외한 경제 내부의 근본적인 물가상승률을 말한다. 미국 근원 CPI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3%포인트나 올렸음에도 미국 인플레이션이 아직도 정점에서 먼 상태라는 것을 뜻한다. ‘고물가의 장기 고착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근원 물가가 높을수록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정점을 찍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 노동부는 소비자물가 상승을 이끈 요인으로 주거비, 식료품, 의료비 상승을 꼽았다. 특히 가장 큰 ‘골칫거리’는 주거비가 꼽힌다. 전월 대비 0.7% 올라 1986년 이후 36년 만에 가장 높았다. 연간 기준으로도 6.6% 올랐다.
식료품 물가는 전월 대비 0.8%, 전년 대비 11.2%로 두 자릿수로 급등했다. 반면 휘발유 물가가 전월 대비 4.9% 하락함에 따라 에너지 지수는 2.1% 내려갔다.
● “연준 11월 자이언트스텝 가능성 90% 이상”
물가는 높은데 9월 실업률은 3.5%로 8월(3.7%)보다 낮아져 11월 연준이 0.75%포인트 인상할 것이 유력하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있다는 징후를 보지 못한다면 상당한 (금리) 인상안을 계속해서 논의 테이블에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미 기준금리가 3.75~4.00%가 돼 한국(3%)과 금리 차가 최대 1%포인트 이상 벌어지며 환율 상승의 압박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공개된 미 연준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 폭을 정하는 FOMC 참석자들은 “(금리를) 너무 적게 인상해서 생기는 문제보다 너무 많이 해서 생기는 문제가 낫다”며 고강도 긴축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의 고물가 장기화는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핵심 요인이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정책 장기화, 이에 따른 강달러 현상으로 세계 곳곳에 경제위기 촉발 요소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12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 행사에서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인플레이션 억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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