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랑루즈’ 18만원… ‘웨스트사이드스토리’ 16만원
사전 제작비 395억원 ‘물랑루즈’, 무대 장치-의상은 해외서 제작
오디션 참관 스태프 체류비도 부담… 팬데믹에 고물가-고환율 겹치고
국내시장은 단기공연 위주 영향… 손익분기점 넘기려 티켓값 올려
제작사 “비용 올라 적자 못 면해”… 관객들 “올라도 너무 올랐다” 불만
“올 연말엔 여자친구와 뮤지컬을 관람할 계획인데, 둘이 합쳐 40만 원 가까이 되는 티켓 가격이 부담되는 게 사실이다.”(회사원 김동진 씨)
인플레이션 여파는 뮤지컬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뮤지컬 업계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불렸던 ‘VIP석 티켓가 15만 원’이란 공식이 깨진 것. 다음 달 17일 개막하는 ‘웨스트사이드스토리’의 VIP 티켓은 16만 원, 12월 20일 막을 올리는 ‘물랑루즈’는 18만 원으로 책정됐다. 특히 ‘물랑루즈’는 가장 저렴한 A석마저 기존 시장가인 7만 원에서 30%나 오른 9만 원으로 가격을 정했다. 관객들 사이에선 “올라도 너무 올랐다”란 불만이 터져 나온다.
제작사들은 제작비가 올라 기존 티켓 가격으로는 적자를 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을 국내 초연할 때는 초기 비용이 든다. 무대 조명 소품 의상 등을 새로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 프로덕션의 제작지침을 일일이 따르다 보면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게 제작사들의 설명이다.
사전 제작비만 395억 원에 달하는 ‘물랑루즈’의 프로덕션인 ‘글로벌 크리처스’는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무대장치, 소품 등을 같은 업체에서 일괄 제작해 각국으로 보낸다. 국내 무대에 설치하는 코끼리, 풍차, 에펠탑 조형물 역시 각각 영국, 호주, 미국에서 만들어 국내로 들여왔다. 여배우들의 의상 가봉도 호주에서 직접 했다. 사틴 역의 배우 아이비, 김지우를 포함한 여배우 12명은 의상 가봉을 위해 최근 호주 애들레이드를 찾았다. “여배우의 의상은 정교한 핏(fit)이 중요하다”는 제작사 방침에 따른 것이다.
국내에서 장기간 진행되는 오디션에 해외 스태프가 참관하는 것도 제작비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물랑루즈’는 요구 조건이 더 엄격해 연출가 안무가 음악감독을 포함해 약 40명의 스태프가 11주가량 한국에서 오디션과 연습을 총괄했다. ‘웨스트사이드스토리’도 6개월 넘게 진행된 오디션 기간 동안 안무와 협력연출을 담당한 훌리오 몽헤가 13주가량 한국에 머물렀다. 통상 체류 비용은 국내 제작사가 낸다.
올해는 고물가에 고환율까지 겹쳐 더 힘들어졌다. ‘물랑루즈’ 제작사 CJ ENM과 ‘웨스트사이드스토리의’의 쇼노트 모두 해외 프로덕션에 달러로 지급해야 하는 대금이 남아있다. 쇼노트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으로 제작 인력이 상당 부분 옮겨가 인건비를 올리지 않으면 스태프를 구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은 “애초 ‘물랑루즈’를 기획했을 때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였는데 지금은 1400원을 넘겨 부담이 매우 커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팬데믹 기간에 누적된 적자를 회복하기 위해 제작사가 티켓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기공연을 하는 미국 영국과 달리 국내 시장은 단기공연 위주로 운영되는 점도 티켓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영국에선 주로 오픈런(폐막 날짜를 정하지 않는 공연)인 두 작품이 국내에선 각각 76일(물랑루즈), 102일(웨스트사이드스토리)간 공연된다. 물론 미국 영국은 관광객을 포함해 두꺼운 관객층을 확보한 반면 국내는 상대적으로 관객층이 얇아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
원종원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제작사는 짧은 기간에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해 티켓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기간별로 티켓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좀 더 많은 이들이 공연을 볼 수 있게 관객층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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