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정부는 ‘에너지 혁신’에 사활을 건다. 에너지를 만들고 쓸 때에 생기는 온실가스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한다. 지구 온난화는 농작물 생산량 감소, 기후 이변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각종 문제를 일으킨다. 즉, 에너지 혁신은 편의가 아닌 인류 생존의 문제다.
지구 온난화를 완화할 목적으로 선진국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1997년 기후변화협약 총회를 연다.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 사업 제도인 ‘청정개발체계(CDM, Clean Development Mechanism)’을 만든다. CDM에 따르면,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에 온실가스 감축 기술과 자본을 제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 줄인 만큼을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더한다.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의 기술과 자본을 활용해 온실가스를 덜 내뿜는 친환경, 지속 가능한 발전 구조를 만든다.
세계 에너지 업계는 CDM 기조에 발 맞추려고 기존 사업을 개편한다. 새로운 에너지 절감 기술, 고효율 에너지 운용 혹은 재활용 기술을 연구 개발한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의 한 스타트업은 ‘에너지 플랫폼’을 만들 계획을 밝혔다. 이 플랫폼이 ▲에너지 활용 효율은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이며 ▲새로운 친환경 재활용 기술을 만들어 CDM 전반에 대응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첫 계획은 에너지 가운데 가정과 일터 양쪽 모두 많이 쓰는 ‘LPG’를 공동구매, 구입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기존 LPG 설비의 운용 효율을 높이는 '화석 연료의 에너지 전환 기술'을 제공해 기업 소비자의 에너지 운용 비용과 탄소 배출량 모두 절감한다.
다음 계획은 개인과 기업 소비자에 이어 LPG 생산자와 수입자, 운반자와 검침원, 안전 관리자와 금융 등 업계 관계자들을 모아 LPG 에너지 생태계를 만들고, 이 생태계를 인공지능·IoT 플랫폼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 기술로 LPG 설비 운영 효율을 높이고, 이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로 새로운 에너지의 가치를 만들어 고도화하는 선순환 구조 구축이 이들의 목표다.
2021년 대구대학교와 스케일업코리아 팀의 스케일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 스타트업은 여러 에너지 혁신 계획을 말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이들은 계획을 차근차근 개발해 현실로 만들었다. 그 성과를 활용해 1년만에 매출을 두 배 가까이 늘렸고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에도 선정됐다. 이창준 대표가 이끄는 ‘에이치디에너지(HD Energy)’의 이야기다. 그는 스케일업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됐고, 자신의 구상을 하나하나 실현해 에너지 플랫폼 구축이라는 목표에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치디에너지는 스케일업 당시, LPG 설비 운용 시 효율은 높이고 비용은 절감하는 ‘에너지 전환 적용 보일러 개량 기술’을 소개했습니다. LPG를 공동구매해 에너지 구입 비용을 줄이는 비즈니스모델,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주요 도시에 LPG 거점을 만들고 관제 시스템도 마련해 에너지 플랫폼을 구축하는 청사진도 보여드렸고요.
당시 스케일업코리아 팀으로부터 ‘데이터를 활용한 에너지 절감 및 비용 전환 구조’를 만들라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LPG 파트너 기업들이 먼저 에이치디에너지를 찾아오도록 이끌어 영업에 드는 자원을 줄이고, 플랫폼 참여자를 더 쉽고 원활하게 모을 방안이었어요.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인공지능 분석을 도울 빅데이터·인공지능 스타트업 스마트마인드도 소개 받았습니다. 이 진단과 도움을 토대로 에너지 플랫폼 앱 ‘까쓰통’의 베타 버전을 만들었어요.”
까쓰통은 LPG 구입·배송과 실시간 위치 확인, 연소 기기의 검침 결과와 에너지 사용량, 유해 가스와 탄소 배출량 등 다양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까쓰통 앱은 LPG 업계 전반을 관리하는 데 알맞습니다. 에너지를 사고 옮길 때, 에너지를 활용하고 설비를 점검할 때 나오는 각종 정보를 추출하고 기록하며 관리해요. 뿐만 아니라 이 정보들을 분석해 기업이나 가정이 에너지 사용량을 얼마나 줄였는지 수치화합니다. 그리고 기업 소비자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인 만큼 탄소 배출권을 얻도록 도와줘요. 에너지 설비 중고 장터, 용품 구매나 구매 의뢰, 컨설팅과 정보 교환 등 LPG 산업의 커뮤니티 역할도 합니다.
에이치디에너지는 까쓰통 앱에 관제 시스템을 곧 추가할 예정입니다. 그러면 에너지 공장 내외부의 실시간 감시, 설비의 작동 상태와 안전 여부를 원격 관리 가능합니다. 배출 가스를 감지해 온실가스 저감 데이터도 쌓아요.
원격 설비 검침 기술은 정말 개발하기 어려운 기술인데,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려고 최근 KT와 지능형 검침 인프라(AMI) 사업 업무 협약도 맺었습니다. IT 연구 인력도 15명 채용했어요. 이 앱의 정식 버전을 11월 중 공개할 것입니다.”
이어 에이치디에너지는 에너지 플랫폼의 범주에 폐기물 재활용과 새로운 에너지원을 만드는 ESG 요인을 더한다. 미생물과 자연 발효 원리를 활용한 ‘에코 마인(ECO Mine) 시스템’이 주인공이다. 음식물 쓰레기와 가축 분뇨 등 폐기물을 가공해 친환경 퇴비 혹은 고체형 연료를 만드는 기술이다. 10월 19일 전국 돈사와 축사 운영자, 폐기물 처리 관계자를 초청해 연 기술 설명·시연회도 성공리에 마쳤다.
“기존에도 음식물 쓰레기와 가축 분뇨를 가공해 연료를 만드는 기술이 있었어요. 하지만, 기존 기술은 폐기물 가공 시 악취가 많이 났고 기계 고장도 잦았습니다. 폐기물 가공 후 얼마나 많은 부산물이 만들어질지 예측하기도 어려웠고, 만들어진 부산물도 열량이 낮아 연료로 쓰기 부적합했어요.
에이치디에너지는 폐기물 가공에 쓰는 미생물의 종류를 세분화해 단점을 보완했습니다. 가공 절차를 엄격히 통제하고 절차마다 모니터링해 고품질 부산물을 만드는 데 성공했어요. 설비에 투입된 폐기물의 종류, 설비별 생산량 등을 인공지능 분석해 재활용 효율을 높이는 방법도 찾았습니다. 폐기물 가공부터 자원화까지 모든 과정을 저희가 직접 하고 연료 부산물 판매까지 대행해요.”
지금까지 비용을 써 가며 버려야 했던, 그 과정에서 환경을 오염시키고 메탄 가스도 내뿜던 폐기물을 가공해 가치 있는 연료로 바꾼다. 이 연료 자체가 또 다른 에너지다. 폐기물을 깨끗하게 처리하면서 CDM에 포함된 메탄 가스 발생량을 줄여 친환경에 기여한다. 에너지 전반을 다루는 플랫폼 기업이기에 가능한 발상이었고, 이를 현실로 만들었다.
에너지 플랫폼과 앱, 에코 마인 시스템까지 개발한 에이치디에너지는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이다. 올해 예상 매출은 약 180억 원으로, 2021년 매출 98억 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에도 선정됐다.
성과는 냈지만, 에이치디에너지가 걸어온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에너지, 특히 LPG 시장은 기술 진입 장벽이 높다. 업계와 구성원의 생각이 보수적이어서 새로운 기술을 전파하기 어렵다. 안전을 우선시하는 부문이다보니 각종 규제도 있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이 이 시장의 불합리와 불편을 고치려 했지만, 실패했다.
에너지 기술 개발은 여전히 어렵고, 시장의 특성 때문에 파트너 기업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규모가 크지 않은 스타트업이 홍보 마케팅을 하는 것은 여간 벅찬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창준 에이치디에너지 대표는 우직하게 에너지 플랫폼을 만들려 노력한다. KT를 포함한 기술 파트너 기업, 지금까지 합류한 LPG 업계의 구성원들과 함께 에너지 플랫폼을 차근차근 구축해 시장 전반의 변화를 이끌 각오를 굳혔다.
“스케일업에 참여했을 때 말씀드린 에너지 플랫폼 구축과 관제 시스템 앱, 자원 재생 선순환 구조 개발을 마쳤습니다. 스케일업에서 얻은 조언과 운영 가이드를 따라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고, 정보통신 연구 인력도 채용해 데이터 기업으로도 진화 중이에요.
에너지 플랫폼과 관제 앱 까쓰통, 에코 마인 시스템을 융합해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와 에너지 자원 선순환, 새로운 가치 창출 구조를 만들겠습니다.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고 데이터를 확보해 우리나라 에너지 기업들이 CDM에 수월하게 대응하도록 돕는, CDM의 모든 솔루션을 제공하는 에너지 기업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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