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들 수원시 선영 찾아 추모
사장단 60명 2시간 일찍 다녀가…오후 용인서 오찬
이 회장 업적 재조명…‘KH 유산’ 3대 기증 빛나
직원들 온라인 추모 “회장님 혜안으로 용기…그리워”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2주기를 맞아 25일 경기 수원시 이목동 가족 선영(先塋)에서 추모식이 엄수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가족들이 묘소를 찾았다. 이 부회장이 탄 제네시스 차량은 오전 10시 47분 선영에 도착해 약 40분 뒤인 11시 28분 정문 밖으로 빠져나왔다. 같은 시각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김동관 부회장 등 세 아들과 함께 추모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은 이 회장 별세 소식에 가장 먼저 달려갔을 만큼 가까웠던 사이”라며 “생전에 ‘형님’ ‘동생’하며 격 없이 지냈다”고 했다.
추모식은 조촐하게 치러진 1주기와 다르게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등 현직 사장단과 계열사 부사장, 전직 사장단까지 총 300여 명이 선영을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현직 사장단 60명은 이 부회장에 앞서 9시 10분부터 줄줄이 도착해 30분가량 추도한 뒤 선영을 떠났다. 부사장들과 전직 사장단은 이 부회장이 추모를 마친 이후 오후부터 순차적으로 참배했다.
삼성은 오전 6시 사내망에 온라인 추모관을 열어 직원들도 댓글로 이 회장을 추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한 직원은 “회장님의 도전과 혜안으로 용기를 얻고 미래를 볼 수 있었다”며 “회장님처럼 우리도 새로운 내일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은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 회장님의 지혜를 빌려 지내고 있다”며 “많이 그립다”고 했다. 온라인 추모관에는 오전에만 1만 개가 넘는 댓글이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업적과 사회환원 활동도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이 회장은 1987년 회장 취임 후 당시 10조 원이던 회사 매출액을 2018년 387조 원으로 40배 가까이 키웠다. 특히 과거 불모지나 다름없던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어 오늘날 삼성의 최대 먹거리를 일궈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한 이 회장 뜻에 따른 이른바 ‘KH(이건희) 유산’도 빛을 발하고 있다. 이 부회장 등 유족들은 지난해 4월 고인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 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다. 또 감염병 극복(7000억 원)과 소아암 희귀질환 지원(3000억 원)을 위해 1조 원을 기부하는 등 3대 기증사업을 추진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 2주기를 맞아 이 부회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오전에 추모식을 마친 이 부회장과 사장단은 경기 용인시 인력개발원 창조관에 방문해 이 회장의 2주기 추모 영상을 시청하고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계획과 ‘뉴 삼성’ 경영 비전이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회장 승진을 바라는 주변 분위기와 달리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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