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리스크에…美증시 中 5대 기업 시총 하루만에 75조원 증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5일 1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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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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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1인 독재 시대를 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3연임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공포’였다. ‘시진핑 리스크’ 우려 속에 시장은 황급히 중국 관련 주식, 채권에서 발을 뺐다. ‘차이나 런(중국 회피)’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끝난 직후 홍콩 증시 급락에 이어 24일(현지 시간) 개장한 뉴욕 증시에서도 중 관련 주식, 채권 투매 현상이 이어졌다. 이날 하루 동안 미 증시에 상장한 중국 5대 기업 시가총액이 523억 달러(약 75조 원)가 증발했다. 65개 중국 기업으로 구성된 ‘나스닥 골든드래곤 차이나지수’는 시 주석이 처음 집권한 2013년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위안화 환율도 달러당 7.3위안을 넘어서며 위안화 가치가 15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제라드 디피포 전 중앙정보국(CIA) 중국 경제 분석가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시진핑) 리스크는 집단적 사고, 사고의 제한, 미국과의 투쟁에 따른 절박함 등이 어떻게 드러날지에 관련된다”며 “중국이 자유주의에서 더욱 멀어졌다고 본 시장의 관점은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中 알리바바 美 주가 하루 31조 원 증발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이날 ‘검은 월요일’ 수준의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의 대표적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주가는 홍콩 증시에서 11.42% 급락한데 이어 ADR(주식예탁증서) 형태로 상장돼 있는 뉴욕증시에서도 12.5% 급락했다. 뉴욕 증시에서 월요일 하루 동안 증발한 알리바라 시가총액은 무려 215억 달러(약 31조 원)에 달한다.

또 다른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는 장중 34%까지 폭락했다가 24.6%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징둥닷컴, 차이나텔레콤, 넷이즈를 포함한 뉴욕증시 상장 중국 5대 기업은 하루 동안 523억 달러가 사라졌다. 나스닥 골든드래곤 차이나지수도 이날 14.4% 급락하며 시총 734억 달러(약 106조 원)이 날아갔다.

중국 테크 기업이 특히 직격탄을 맞은 배경엔 시진핑 주석의 빅테크 규제 고삐가 강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2020년 공개 행사에서 중국 금융당국을 ‘전당포 영업’이라며 비판한 뒤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에 대한 전방위 규제를 시작했다. 지난해 알리바바는 3조 원대 반독점 위반 과징금을 물었다. 마윈도 7개월 간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최근 중국 당국이 빅테크 규제를 완화할 조짐이 보였지만 이번 당 대회에서 리커창 총리 등 친시장파가 축출되면서 통제적 경제 정책이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쑨 킹스칼리지런던 부교수는 CNBC에 “시 주석이 민간 성장을 저해할 ‘정치적 실수’를 저질러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여건이 조성됐다”며 “시 주석의 그간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적어 극도의 우울한 경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가치 15년 만에 최저치


달러화의 초강세를 뜻하는 ‘킹 달러’로 인한 위안화 약세 ‘시진핑 리스크’가 겹치며 역내·역외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모두 이날 7.3위안을 넘어섰다. 역내 위안화 환율이 7.3위안을 넘어선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역외 위안화는 2010년 거래가 시작된 이래 최저점으로 내려앉았다.

중국 주식 급락 속에 중국 부호들은 이날 하루 동안 350억 달러(약 50조 원)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의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중국 최고 부호인 생수업체 농푸스프링 창업자 중산산과 텐스트의 마화텅 회장이 각각 2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봤다. 마윈은 12억 달러, 바이두의 리옌훙 회장이 9억 달러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부호들이 올해 (시진핑 집권) 10년 중 최악의 해를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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