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승무원 채용을 준비하고 있는 이 모 씨(25)의 말이다. 항공 관련 전공자가 아닌지라 승무원 취업 준비 학원을 알아봤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고, 수업 내용도 확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항공사 인사팀 출신이다, 경력 몇 년 차다고 광고하는데 진짜인지도 모르겠고, 돈만 낭비했다는 평가도 있어서 고민”이라고 했다.
3년 만에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 채용이 열리면서 ‘승무원 취업 준비’를 주제로 한 과외와 스터디, 특강, 학원 등에 대한 광고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상품들은 수업료가 터무니없이 비싸거나 강의 품질이 부실해 취업준비생들을 울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승무원 취업준비생의 간절함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2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승무원 준비를 위한 각종 스터디의 가격은 적게는 수십 만 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이 훌쩍 넘는 곳도 있다. 한 스터디의 경우 일주일에 하루 수업을 하는데 12주 기준 비용은 120만 원이다. 여기에 특정 항공사에 지원하는 경우 추가 비용이 붙어 2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무료 특강을 진행하는 곳이라고 홍보를 하지만, 무료특강이 진행된 이후 유료 강의를 권유하는 식이다. 수업 시간과 수업 인원 등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수업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곳은 거의 없었다. 강사 또한 ‘승무원 출신’ 이라고만 써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대형항공사 인사팀 출신이 진행한다’고 홍보하는 강의도 있다. 승무원 준비생 최모 씨(27)는 “언제 퇴직했는지 등을 물어보면 구체적으로 말을 안 해주더라. 반신 반의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은 들으러 간다고 하니 뭔가 밀리는 기분도 든다”며 “가격도 100만 원이 넘는 것 같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수업의 질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현직 승무원 A씨는 “그런 스터디를 가도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는 것은 없고 본인의 비행 경험담만 말하더라“며 ”4명, 8명이 함께 듣는 강의에서 실직적으로 나를 봐주는 시간은 몇 십분도 안 된다”고 전했다. 이어 “입사를 하고 보니 굳이 안했어도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동료 승무원들도 ‘학원이나 스터디 강사의 말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오모 씨(26)는 “학원과 과외는 본인이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서 하지 않으면 효용이 낮은 것 같다”며 “강의 질이 낮다며 학원이나 스터디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실제 취업준비생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에는 성토의 글이 적지 않다. “승무원 출신이라고 하는데, 알고보니 아니었다“ “이미 공개된 정보들이어서 다른 걸 더 알려달라고 하면 오히려 화를 내고 핀잔을 준다” “환불도 까다롭다” “듣고나서 돈이 너무 아깝더라” 등의 내용이다.
항공업계 인사 담당자들 역시 승무원 준비 학원 및 과외를 주의하라고 조언한다. 오히려 취업에 불리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한 저비용항공사 임원은 “면접에 들어온 친구들의 답변이 정형화돼 있고 틀에 박힌 경우가 많다. 어디서 배웠다는 티가 난다”며 “그런 경우 불합격시키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또 다른 임원은 “합격한 승무원들 중 학원 등을 아예 다니지 않았던 사람들이 더 많다‘며 “돈과 비용을 많이 들여서 준비하는데, 이런 승무원 준비생들의 간절함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싶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취업 컨설팅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피해는 항공업계 뿐만은 아니다. 2018년 한국소비자원이 2014~2017년 소비자센터에 접수된 취업 관련 소비자 불만을 조사한 결과 ‘수강료가 과도하게 비싸다’ 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밖에도 △개인별 컨설팅이 이뤄지지 않음 △전반적인 강의 품질이 기대에 못 미침 △강사의 경력을 확인하기 어려움 △수강 취소 시 과도한 위약금 △실제 교육이 광고와 다름 등의 불만이 제기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스터디 등 외부 도움을 받는 건 본인의 선택이지만, 큰 비용을 지불해가면서까지 학원을 가거나 과외를 받는 건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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