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6월 화물전용기로 개조
화물수송량 6배 늘어나며 순항
글로벌 LCC, 화물운송 진출 채비
해운 1위 머스크도 한국시장 노려
지난달 26일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 감귤색으로 ‘CARGO’라는 글귀가 적힌 제주항공 화물전용기가 착륙한 뒤 화물터미널로 들어왔다. 항공기 옆쪽에 달린 가로 3.6m, 세로 2.2m의 커다란 문이 서서히 열렸다. 내부에는 각종 포장재로 싸인 화물이 ULD(화물을 탑재하는 단위 용기)에 가득 실려 있었다. 수하물 운반차가 10개의 ULD를 10분도 채 안 돼 실어 날랐다. 화물을 비운 항공기는 베트남과 중국 등으로 떠날 준비에 들어갔다.
이 항공기는 제주항공이 올해 6월 도입한 화물 전용 항공기다. 처음부터 화물기는 아니었다. 제주항공의 여객기였던 B737-800 항공기를 화물기로 바꾼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이 사용하는 B747-8F나 B777F, B747-400 화물기보다 덩치가 3분의 1 정도 작지만 약 22t의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다.
내부로 들어가 봤다. 기존에 있던 좌석을 모두 떼어내고 바닥에 레일을 깔아 놨다. 화물을 쉽게 이동시키기 위해서다. 중간 중간에 화물을 고정시킬 수 있는 고박장치를 달아 놨다. 특히 화물기로 전환하면서 창문을 모두 없앤 것이 특징이다. 기내 온도를 유지하고, 기체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창문 파손 위험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승객을 실어 나르는 여객기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객기의 흔적은 없었다. 화물을 싣는 터널에 온 기분이었다.
제주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화물 전용기를 도입해 화물 시장에 뛰어들었다. 항공 화물 시장은 대형 항공사들만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깬 시도였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에서 여객기를 화물 전용기로 바꿔 운용 중인 항공사는 제주항공이 유일하다. 진에어가 B777 항공기를 개조해 화물기로 잠시 운영을 하긴 했지만 지금은 중단했다.
제주항공은 화물 전용기 도입 이후 월별 화물 수송량이 4∼6배 증가했다. 지난달엔 1120t의 화물을 실어 날랐는데, 전년 동기 대비 6배가량 수송량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화물 운임이 코로나 이전보다 몇 배 오른 것도 제주항공이 화물사업에 뛰어든 이유 중 하나다. 배길상 제주항공 화물관리팀 탑재관리사는 “전용 화물기를 도입한 건 신사업이자 화물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도전”이라며 “기존 취항지인 베트남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뿐 아니라 글로벌 LCC 및 해운사들도 항공 화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LCC 에어아시아는 최근 회사 설립 20년 만에 처음으로 A321 화물기 3대와 B737 화물기 1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회장은 “이커머스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화물이 에어아시아 매출에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수년 안에 수십 대의 화물기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항공 물류업체를 인수하는 등 항공 화물 시장에 뛰어든 글로벌 1위 해운업체 머스크도 한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머스크 에어 카고’라는 이름의 화물기를 인천에 취항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항공 물류업체 임원은 “지난해에 비해 항공 화물 수요가 조금 줄어드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이커머스 시장 등은 굳건하다. 물류 시장이 발전하고 있어서 다양한 항공 화물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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