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시작된 템플스테이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33개 사찰에서 시작됐던 템플스테이는 현재 137개의 사찰에서 운영 중이다. 템플스테이를 총괄하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템플스테이를 통한 누적 문화 체험 인원은 6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 템플스테이체험관에서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원명 스님(56)을 7일 만났다. 그는 경기 김포 연운사를 창건했고, 조계사 부주지와 자정쇄신결사본부 사무총장을 지냈다.
―템플스테이 20년의 성과를 꼽아 달라.
“사찰이 불자뿐 아니라 비신자, 나아가 외국인에게도 문화적 힐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종교를 넘어 한국 문화의 진수를 보여줬다. 과거 외국인이 절에서 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천년고찰에서의 템플스테이는 종교와 자연, 사찰음식이 어우러져 큰 울림을 줄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불교계 내부에 끼친 변화는 무엇인가.
“초기에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공부하러 절에 왔지, 남들 뒤치다꺼리하러 왔느냐’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템플스테이 20년은 사찰도 사람들과 함께 존재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변화의 촉매가 됐다. 단적으로 해인사에도 침대가 있는 방이 있을 정도다. 전통과 편리함의 조화를 이끌어 내는 게 앞으로도 중요한 숙제다.”
―템플스테이는 어떻게 진화해야 하나.
“힐링은 기본이고, 특별한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강원 영월군 금몽암은 조선시대 단종의 꿈에 얽힌 사연이 전해지고, 전남 해남군 미황사 도솔암과 경기 파주시 보광사 도솔암은 풍광이 뛰어난 암자다. 이런 곳에서 하룻밤을 머무는 ‘암자 스테이’도 진화의 한 방향이 될 것이다.”
―암자 스테이는 흥미롭다. 또 다른 계획은 무엇인가.
“모든 사찰에는 길이 있다. 경북 경주 남산과 지리산 등의 사찰 여러 곳을 묶어 명상과 순례가 가능한 템플스테이도 가능할 것이다.”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앉아서 진행되는 좌식 문화와 청결 문제에 대한 지적이 있는데 이는 꾸준히 개선해 나가겠다. 더 중요한 것은 ‘소통의 템플스테이’다.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으면서 힐링을 얻기 위해 절집 오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차담과 상담 등 다양한 형태로 소통의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종교 인구의 감소와 노령화, 성직자 감소는 종교계의 일반적인 고민이지만 불교는 더 심각하다.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의 출가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스스로 알 수 있어야 한다. 잘 사는 스님들이 있어야 ‘나도 출가해야지’ ‘그 스님 보면 절에 가서 기도하고 법문 듣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출가 이후 마음에 담고 있는 경구가 궁금하다.
“중국 당나라 때 황벽 희운 선사의 선시 중 ‘매서운 추위가 뼛속 깊이 사무치지 않았던들 어찌 매화가 코를 찌르는 향기를 얻을 수 있으리오’라는 구절이 있다. 요즘에는 이판사판(理判事判·이판은 수행을 위주로 하는 승려, 사판은 절의 재정과 사무를 관리하는 승려)이 따로 없다. 출가했으면 전심전력을 다하는 게 중요하고, 그것이 도(道)에 이르는 길이다. 스님이 스님답게 사는 게 포교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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