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158명 중 155명 인터넷에 공개
주호영 “어떻게든 정치적 도모 하려고”
친민주당 성향 온라인 매체 2개 사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망자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유족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해 파문이 예상된다.
14일 인터넷 매체인 ‘민들레’는 ‘이태원 희생자, 당신들의 이름을 이제야 부릅니다’라는 제목 아래 사망자 155명(이달 초 기준) 전체 명단이 적힌 포스터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민들레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참여해 출범한 신생 매체다.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더탐사’도 유튜브에 같은 게시물을 올렸다. 명단은 가나다순으로 나열했고 외국인 희생자 이름도 하단에 포함했다.
민들레는 “시민언론 더탐사와의 협업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명단을 공개한다”며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라고 주장했다.
유족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고 썼다.
명단 공개는 여권은 물론 야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일부를 제외하고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던 사안이다.
앞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유가족의 슬픔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패륜 행위”라고 했고, 장제원 의원은 “말끝마다 ‘사람이 먼저’라고 외치던 사람들이 할 짓인가. 사람은 못될지언정 괴물은 되지 말자”고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은 유족이 결정할 문제로 정치권이 나서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 논란은 지난 7일 국회에서 민주당 문진석 의원의 휴대전화로 온 문자 메시지에서 시작됐다. 문자에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희생자 명단과 사진, 프로필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다음날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당 차원의 논의가)전혀 이뤄진 바가 없다”고 일축하면서 “만에 하나 그런 제안을 누군가 했다면 부적절한 의견으로, 그런 의견을 당내에서 논의할 상상 자체가 불가능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명단이 공개되자 주 원내대표는 “유가족 대부분이 공개를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누가 함부로 공개했는지 여러 법률적인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어떻게든 유가족들을 모아 정치적 도모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들인데도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사생활 등 사적 정보 유출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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