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냐, 브라질이냐” 남미로 압축된 우승팀 예상?! [장환수의 수(數)포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4일 21시 06분


카타르 월드컵 마스코트
카타르 월드컵 마스코트
바야흐로 월드컵 시즌이다. 이맘때면 온갖 예상이 난무한다. 전력분석에 의한 과학적 전망이든,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든. 체육기자들이 쏟아지는 질문에 곤혹스러운 때이기도 하다. 이럴 때는 괜히 아는 척 하기보다 그냥 각종 예상을 스크랩했다가 보여주는 게 상책이다. 예상도 많아지면 집단 지성이란 게 생기지 않을까.

사상 최초로 겨울에 열리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21일 오전 1시 카타르-에콰도르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다음달 19일 0시 결승전까지 조별리그 48경기, 16강 토너먼트 16경기(3위 결정전 포함) 등 한 달간 총 64경기가 열린다.
한국만 빼면 16강은 사실상 만장일치
이번 대회에서 16강을 가리는 작업은 너무 쉽다. 각 조에서 FIFA 랭킹이 높은 두 팀이 올라간다. 거의 모든 예상이 일치한다. B조의 미국(15위)과 웨일스(18위), F조의 크로아티아(16위)와 모로코(24위), H조의 우루과이(13위)와 한국(29위)이 조 2위를 다툴 것으로 보이지만 상위 랭커에게 무게가 실린다.

우리나라는 EA스포츠로부터 한 표를 받았다. 한국은 포르투갈에 이어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해 G조 1위 브라질과 맞붙어 0-3으로 지는 것으로 나왔다. 손흥민(토트넘)은 2골을 넣어 공동 15위, 이재성(마인츠)은 2도움으로 공동 4위에 오른다는 ‘투 머치 예상’도 있다.

ESPN은 4월엔 한국이 우루과이(1-0)와 가나(1-0)를 잡고, 포르투갈(0-0)과는 비겨 2승 1무로 포르투갈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다고 편을 들더니 최근엔 우루과이가 올라간다고 말을 바꿨다. 왼쪽 눈 주위 뼈를 고정시키는 수술을 받은 손흥민의 활약 여부에 따라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겨두긴 했다.
 
13일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안와골절 수술 후 처음 모습을 보인 손흥민(오른쪽). 런던=뉴시스
13일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안와골절 수술 후 처음 모습을 보인 손흥민(오른쪽). 런던=뉴시스
2018년 러시아 월드컵보다 높아진 국민 기대
승부가 투표로 결정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갤럽이 지난달 만 18세 이상 1001명에게 전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우승 2%, 4강 8%, 8강 14%, 16강 36%로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는 응답은 60%에 이르렀다. 이는 2014년 브라질(42%), 2018년 러시아(37%) 때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반면 16강 탈락은 17%, 나머지는 의견을 유보했다.

한국문화스포츠마케팅진흥원이 지난달 20~60대 국민 3144명에게 한 설문조사에서도 한국은 우승 5.4%, 4강 9.4%, 8강 16.1%, 16강 43.8%로 16강 이상 응답이 74.7%나 됐다. 우루과이와 1차전은 승리 44%, 무승부 30.9%, 패배 25.2%로 집계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정하는 스포츠토토 프로토 배당률은 16강 진출(3.8배)보다 조 3위(1.6배)와 4위(1.9배) 가능성을 높게 봤다. 조별리그 3경기 결과도 패승패(4.9배), 패무패(5.6배), 패패패(5.7배)만 배당률 10배 이하로 책정됐다. 반면 승승승은 85배, 한국의 우승은 360배에 이르렀다.
우승 트로피는 누구 품에 안길까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프랑스에 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벨기에 포르투갈까지 예상 우승팀이 난립했다. 대회가 다가오자 남미의 양대 축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로 지지세가 모아졌다. 아르헨티나는 EA스포츠, CBS, 영국 투자은행 리버럼캐피탈, 스페인 매체 마르카, 글로벌 경제리서치업체 BCA리서치의 선택을 받았다. 브라질은 통계업체 옵타, ESPN, 배팅앱 SBK, 로이터통신, 글로벌 카지노 시저스, 영국 베팅업체 윌리엄 힐로부터 우승 후보로 지목됐다. 브라질 지지 업체들이 더 권위가 있어 보이지만 아르헨티나의 최근 상승세가 눈에 띈다.

EA스포츠는 결승에서 아르헨티나가 브라질을 1-0으로 꺾는다고 했다.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가 7경기에서 8골을 넣어 골든부트(득점왕), 골든볼(MVP)에 첫 우승까지 석권한다는 것. 그러면서 2010년 스페인, 2014년 독일, 2018년 프랑스의 우승을 모두 맞췄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모두 조 1위로 올라간다면서 이 경우 4강전에서 만나게 된다는 대진표도 확인 못하는 오류를 범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생애 첫 우승에 도전하는 리오넬 메시(가운데). 뉴시스
카타르 월드컵에서 생애 첫 우승에 도전하는 리오넬 메시(가운데). 뉴시스
CBS는 브라질의 우승(잉글랜드에 2-0 승리)을 예상했다가 최근 아르헨티나(잉글랜드에 2-1 승리)로 바꿨다. 이 매체는 한국이 1무 2패로 가나(3무)에게조차 뒤진 조 최하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리버럼캐피탈과 마르카 역시 아르헨티나가 잉글랜드를 꺾고 우승한다고, BCA리서치는 포르투갈에 승리하고 우승한다고 점쳤다.
아르헨티나의 상승세, 브라질의 저력
옵타는 6월 프랑스를 우승팀으로 꼽았다가 이달 들어 브라질로 변경했다. 통계전문 업체답게 우승부터 16강 진출까지 32개 팀의 확률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이에 따르면 우승 확률은 브라질(16.3%), 아르헨티나(13.1%), 프랑스(12%), 스페인(8.9%), 잉글랜드(8.8%), 독일(7.7%) 순. 한국은 24위(0.2%)이며 16강 진출 확률은 8.2%로 일본(8.9%), 이란(8.7%)에도 뒤진 26위였다.

SBK는 브라질이 프랑스를 꺾고 우승하며, 아르헨티나가 3위 결정전에서 벨기에를 제압한다고 예상했다. ESPN은 브라질 스페인 독일, 시저스는 브라질 프랑스 잉글랜드 스페인 아르헨티나 독일, 윌리엄 힐은 브라질 프랑스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순으로 우승 가능성을 높게 봤다. 로이터통신은 특이하게 세계 경제 전문가 설문조사를 통해 브라질(46%)의 우승을 내다봤다. 아르헨티나(15%), 프랑스(14%), 독일(7%) 순.
 
16강 토너먼트 대진표 분석
앞에서 언급한 대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같이 조 1위를 하면 준결승에서 만난다. 아르헨티나가 이를 피하려고 조 2위로 도망가면 16강전에서 프랑스, 8강전에서 잉글랜드, 준결승에서 독일(스페인)을 만날 공산이 크다.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포르투갈 독일(스페인) 프랑스가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결국 두 팀은 조 1위를 해서 준결승에서 격돌하는 게 낫다. 이 경우 브라질은 스페인(독일)과 8강전이 1차 고비다.

잉글랜드는 조 1위를 하면 8강전에서 프랑스와, 2위를 하면 아르헨티나와 만나게 된다. 반면 ‘죽음의 조’로 불리는 E조 스페인과 독일은 조 2위를 하면 8강전에서 브라질을 피할 수 있다. 준결승에나 가야 프랑스와 맞붙는다. 토너먼트 대진 운만 놓고 보면 아르헨티나와 E조 국가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셈이다.
 
14일 카타르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한국 대표팀 본진. 도하=AP 뉴시스
14일 카타르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한국 대표팀 본진. 도하=AP 뉴시스
징크스로 살펴본 우승 전망
각종 기록도 아르헨티나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전년도 발랑도르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는 우승 못한다는 징크스(준우승만 5회)가 있지만 메시와 아르헨티나는 이 저주에서 벗어났다. 카타르 월드컵이 겨울에 열리는 바람에 지난달 프랑스의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가 올해 수상자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스타에게 할당된 월드컵 행운은 우승 1회+준우승 1회란 속설은 올해 메시가 우승하고,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가 준우승하면 딱 맞아떨어진다. 브라질은 올림픽 금메달의 저주를 깨야 한다. 올림픽 우승팀은 다음 월드컵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브라질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은 지표상으로도 16강 진출이 녹록치 않다. 아시아 최종 예선을 1위로 통과하거나, 본선 A~D조에 속했을 때 좋은 결과가 있었는데 이번엔 그렇지 못했다. 이란과 함께 본선에 오르면 항상 탈락했다. 10회 연속 본선에 올랐지만 조별리그 2차전에선 무승이다. 한국이 무조건 잡아야 할 가나전이다.

하지만 예상은 예상일 뿐이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월드컵의 명승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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