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 파랑새가 풀려났다
2020년 초 미 텍사스주 휴스턴의 조지 브라운 컨벤션 센터에서 소셜미디어 트위터의 워크숍이 열렸다. 4000명이 넘는 직원이 모인 자리. 트위터 공동 창업자인 잭 도시는 농담 섞인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이 트위터를 경영한다면… 아, 그런데 트위터를 경영하고 싶습니까?” 직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모두가 웃고 있을 때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한 명이 있었다. 연사로 초대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주였다. 3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답을 찾았을까. 지구상 최고 부자(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약 366조8000억 원)인 머스크가 지갑을 열었다.
머스크는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440억 달러(약 62조 원)에 인수했다. 이 중 130억 달러(17조7000억 원)는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에서 빌렸다. 1년에 대출 이자만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가 넘는다.
머스크는 트위터 샌프란시스코 본사에 화장실 세면대를 들고 들어가는 모습을 ‘세면대를 안으로 들여보내 줘(let that sink in)’라는 글과 함께 트위터에 올렸다. 자기 말이나 행동이 타인의 마음속에 침투해 이해받기를 바라는 뜻의 관용어(sink in)를 활용한 언어 유희였다. 트위터를 자신의 마음대로 손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 트위터 계정 프로필도 ‘치프 트위트(Chief Twit)’로 변경했다. ‘멍청이 보스’라는 뜻으로 트위터 수장이 됐다는 중의적 의미로 보인다.
인수 절차를 마치고 머스크는 트위터에 “새가 풀려났다”고 올렸다. 파랑새는 트위터(트위터는 ‘새의 지저귐’을 뜻함)의 상징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참 유쾌해 보였다.
트위터 직원들은 자신의 회사가 팔렸다는 사실을 금방 실감할 수 있었다. 최종 인수 당일 파라그 아그라왈 최고경영자(CEO) 등 주요 임원 4명이 잘렸다. 이달 3일에는 전사(全社) 휴무일(매월 1일)이 사라졌고, 주 7일 24시간 쉬지 말고 일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툴툴댈 새나 있었을까. 하루 뒤, 전 직원의 절반(3700여 명)이 해고당했다. 영국 런던에 근무하는 크리스 유니는 “새벽 3시에 이런(해고) 통보를 받게 돼 정말 감사하다”며 머스크의 일방적인 해고 조치를 비꼬았다. 트위터는 뒤늦게 필수 인력까지 해고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직원 수십 명에게 돌아와 달라고 요청했다. 복귀 요청 이메일을 열었을 때 얼마나 황당했을까.
● 세계 최고 부자는 왜 트위터를 샀을까?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소셜미디어 이용자 순위에서 트위터는 7위 수준이었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링크드인 스냅챗 다음이다. 전 세계 사용자 수도 2억1700만 명으로 페이스북(약 20억 명)에 비해 엄청나지는 않다. 무엇보다 트위터는 최근 10년 중 8년 동안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상황이 암울하다.
머스크는 왜 무리해서까지 트위터를 샀을까.
그가 직접적으로 밝힌 이유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다. 머스크는 “최대한 신뢰할 수 있고 광범위하게 포용적인 공공 플랫폼을 갖는 것은 문명의 미래에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광범위하게’와 ‘포용적인’이 핵심이다. 누구든 하고 싶은 말은 하게 두자는 것이다.
머스크는 이전부터 트위터가 증오 표현, 백신 음모론 등을 올린 계정을 삭제하거나 영구 정지시키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1월 지지자들의 미국 연방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폭력을 선동할 수 있다는 이유로 트위터로부터 계정 영구 정지 조치를 당했다. 머스크는 5월 “트럼프를 막은 것은 옳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직접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자 뉴욕타임스, CNN 등 미 주요 매체들의 관심이 온통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 복구 여부에 쏠렸다. 논란이 커지자 머스크는 “계정이 정지된 사람들을 당분간 트위터에 복귀시키지 않겠다”고 했는데, 트럼프 계정을 정지했던 임원은 즉시 해고했다. 트럼프는 “제정신인 사람이 트위터를 소유해 기쁘다”며 환영했다.
트위터를 장악한 머스크는 미 중간 선거를 하루 앞둔 7일 특정 정당에 가입돼 있지 않은 무소속 유권자들을 향해 공화당에 투표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공유된 권력은 양당(민주·공화당)의 최악의 (권력) 과잉을 억제한다”면서 “대통령이 민주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회의 경우 공화당에 투표할 것을 무소속 성향 유권자들에게 추천한다”고 트위터에 썼다.
머스크가 거느린 팔로워 수만 1억1000만 명에 달한다. 머스크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지만, 실상은 트위터를 장악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예전부터 머스크는 정치적 의견을 솔직히 드러내 왔다. 공화당 투표 독려가 그렇게 깜짝 놀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머스크에게는 그렇다.
●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에 얼마나 진지할까
머스크는 트위터를 어떻게 바꾸고 싶은 것일까. 크리스 앤더슨 테드 CEO의 4월 단독 인터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다.
40분간 진행된 인터뷰의 첫 질문은 예상대로 “트위터를 왜 사려고 하는가”였다. 관중의 눈치를 보고 딴청을 피우던 머스크는 “트위터는 사실상 마을 광장과 같다. 사람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면서 “제가 해야 할 일은 (콘텐츠를 조정하는)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가 콘텐츠 검열에 대한 개입은 최소화하고, 트윗 타임라인처럼 콘텐츠에 손을 댈 경우 어떤 룰(알고리즘)이 적용되는지 오픈하자는 의미다.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자, 앤더슨이 반론을 제기했다. 그동안 페이스북 등 다른 소셜미디어들도 개발자들을 대규모로 채용하고 알고리즘으로 서비스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해왔는데, 궁극적으로 어느 선에서 개입(개입)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고 지적했다.
“‘나는 정치인 X가 싫다’라는 트윗이 있다고 치자. ‘정치인 X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트윗도 있다. 우리 중 일부가 푸틴(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말하듯이 이건 정당한 언급일 수 있다. 이제 또 다른 트윗이 있다. ‘정치인 X가 살아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글과 X의 머리 위에 총구를 겨눈 사진이다. 이 트윗에 X의 주소까지 포함될 수 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어느 시점에 누군가는 이중 무엇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이 과연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인간의 판단력이 필요한 시점이 반드시 온다고 본다.”
‘알고리즘이 해법이라고 주장하지만, 결국 머스크 당신 마음대로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돌려서 말한 것 같기도 하다.
머스크는 “트위터는 각 국가의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서 누가 누구에게 어떤 변화를 주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통찰력 없이 감춰진 알고리즘이 트위터를 조종하는 것은 꽤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 해답이라고 재차 강조하는 머스크.
“음, 그러니까 나는… 나는… 한편으로는… 음, 만약 의문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냥 (사람들이) 말하게 내버려 두고 싶다. 만약 그렇게 둔다면, 회색 지대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트윗하게 내버려 두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뭐 논란이 많이 될 것 같은 트윗이 퍼지지 않기를 원한다면… 아, 그러니까 내가 모든 답을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나는 우리가 기존에 있던 기능을 삭제하는 건 매우 꺼리고 있고, 영구적 금지 기능에 대해선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영구적인 금지보단 일시 정지가 나을 것 같다.”
머스크는 알고리즘과 중재라는 심오한 문제에 명확한 답은 내놓지 못한 채 ‘회색지대는 일단 최대한 남겨둔다’는 기조만 밝혔다.
과학기술 관련 웹 블로그 테크더트는 인터뷰에 대해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진지한 이해가 부족하고, 콘텐츠 수정을 다루는 것에 대해서는 더욱 부족하다”고 평했다.
● 다윗에 붙은 벼룩들과 골리앗의 대결
‘내로남불’ 비판도 있다. 머스크가 자신을 절대적인 표현의 자유 신봉자인 것처럼 말하면서 직원들의 입에는 재갈을 물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머스크가 트위터나 기업 메신저 슬랙 등에서 자신을 공개 또는 비공개적으로 비판한 직원 10여 명을 해고했다고 15일 전했다.
머스크는 13일 여러 국가에서 트위터 접속이 느린 상태라고 사과했다. 트위터 엔지니어인 에릭 프론호퍼는 머스크의 글을 리트윗하면서 “완전히 틀린 얘기”라고 부정했다. 프론호퍼는 안드로이드용 트위터 앱 부문에서 6년간 일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그럼 뭐가 맞는 숫자인지 알려 달라. 안드로이드에서 트위터가 느려질 때 당신은 뭘 했는가”라고 받아쳤고, 프론호퍼는 “우리는 앱 성능 향상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면서 트위터가 느려진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 대화를 본 한 트위터 이용자가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이 (트위터에서) 일하길 원하느냐”고 물었다. 머스크는 “(그는) 해고됐다”고 답했다. 프론호퍼는 사장님의 주장에 반박하는 글을 올린 지 5시간 만에 회사에서 잘렸다. 이번 논쟁에 끼어든 또 다른 엔지니어 벤 라이브도 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위터만의 일은 아니다. 테슬라 역시 직원 관리에 투철하다. 테슬라는 자사 직원을 해고할 때 회사 내 괴롭힘·성희롱 등을 포함한 노동법 위반 행위를 누설할 수 없도록 ‘비방 금지 합의’에 서명하도록 요구해왔다. 이는 종료일이 없는 강력한 계약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미 플로리다 출신의 잭 스위니(19)는 머스크의 전용기를 모니터링하는 트위터 ‘일론젯’을 운영해왔다. 스위니는 “머스크가 지난해 11월 말 ‘보안상 위험하니 계정을 비활성화해(없애)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의 비행 추적 게임에 화가 났었던 것 같다”고 2월 NYT에 말했다.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스위니의 계정을 삭제하는 대가로 5000달러(약 670만 원)를 제안하기도 했다.
라이언 칼로 워싱턴대 법학 교수는 “이보다 더 큰 권력 비대칭이 있을 수 없다. 이는 다윗과 골리앗이 아니다. 다윗에 붙은 벼룩과 골리앗의 대결”이라고 꼬집었다.
● “그동안 재미있었어” 파랑새와의 작별 인사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큰 손’들부터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CNBC는 최근 광고주들의 트위터 이탈 소식을 보도했다. 맥도날드와 애플의 광고를 대행하는 옴니콤은 최근 고객사에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트위터 광고를 중단하도록 권고했다. 화이자와 폴크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도 트위터 광고를 중단한 상태다. 논란에 휘말릴 수 있고, 브랜드 이미지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듯하다.
유명인들도 파랑새에 작별을 고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 흑인 배우 우피 골드버그는 7일 방송에서 “오늘로써 트위터를 끝낸다”고 선언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그래미상 수상자인 세라 버렐리스도 “그동안 재미있었어, 트위터. 이제 사용하지 않아”라고 작별 인사를 남겼다. 트위터를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수익성 강화를 위해 새로 도입한 서비스가 가짜뉴스의 진앙이 되기도 했다. 트위터는 5일 유료 서비스 ‘트위터블루’를 선보였다. 월 7.99달러(약 1만500원)를 내면 진짜 계정이 맞다는 의미로 ‘블루 체크’를 달아주는 서비스다. 검증된 유명인과 기업 계정에만 달아주던 이 표시를 돈만 내면 신원 확인 절차 없이 달아줬다. 이 때문에 돈을 내고 사칭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 계정은 미 제약사 일라이릴리를 사칭했다. 가짜 일라이릴리는 “인슐린 무료라는 발표를 하게 돼 기쁘다”는 거짓 트윗을 올려 회사의 주가가 크게 떨어뜨렸다. 방산 기업 록히드 마틴을 사칭한 계정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에 무기를 팔지 않겠다”는 허위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사칭한 계정도 있었다.
실제로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후 혐오 게시물이나 가짜뉴스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소셜미디어 분석 플랫폼인 데이터마이너에 따르면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7일 이전과 이후를 비교했을 때 트위터 내 인종차별적 게시물은 1300%, 가짜 뉴스 게시물은 2900% 늘어났다. 로베카 트롬블 조지워싱턴대 데이터·민주·정치연구소 박사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장악하자마자 사용자들이 트위터의 한계 시험에 나섰다”고 했다.
● 트위터 직원들은 시행착오를 다시 겪을까 두렵다
업계에서는 트위터에서 당분간 유해 콘텐츠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머스크가 일단은 회사 경영의 초점을 수익성 강화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최근 계약직 5500명 중 4400명을 내보냈는데, 이 중에는 각국의 가짜 정치 뉴스를 감시하는 업무를 맡은 직원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 회사들은 주로 계약직을 활용해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 왔다.
트위터가 우경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머스크의 인수 이후 4일 만에 트위터의 미 공화당 의원들은 약 47만 명의 팔로워(1인당 평균 1800명)를 얻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42만 명(1인당 평균 1600명)의 팔로워를 잃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보수 이용자가 플랫폼에 들어오고 좌파 사용자가 떠나는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트위터 직원들은 10년 전으로 돌아갈까 걱정하고 있다. 트위터도 처음에는 표현의 자유를 설파했다. 그러다가 자신들의 플랫폼이 괴롭힘의 도구가 되거나, 유해한 콘텐츠를 확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정책을 수정해왔다.
2014년 발생한 ‘게이머게이트’ 사건이 집단 공격의 예다. 당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트롤들이(공격을 일삼는 악성 사용자) 여성 게임 개발자를 대상으로 혐오적인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러자, 한 게임업계 여성 직원이 성차별적인 표현을 문제 삼았는데, 트위터에서 이 여성에게 온라인 습격이 이어졌다. 이들은 성폭행, 살인 등의 위협까지 가했다.
가짜 계정을 통한 정치 공격도 있었다. NYT는 “2016년 9월, 미 대선 당시 러시아가 2700여 개의 가짜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 사이에서 불화를 일으켰다”고 4월 전했다. 2017년 잭 도시 창업자는 “이러한 문제를 없애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그해 말 ‘미투’ 운동이 번졌다. 사용자들은 여성 혐오가 남아 있는 트위터를 보이콧했다. 도시 창업자는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고 중재자 능력 부족을 인정했다.
● 인간은 자율주행차보다 어렵고 복잡하다
이후 트위터는 동의가 없는 나체 이미지나 폭력을 미화하는 내용 등 회사가 용인하지 않을 콘텐츠 목록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와 선거 때는 잘못된 정보로 판단되는 항목에 표식을 달거나 차단했다. 2021년 상반기(1~6월) 트위터는 590만 개의 콘텐츠를 삭제하고 120만 계정을 정지시켰다. 2년 전 190만 개, 70만 계정에서 대폭 늘어났다.
트위터 직원들은 이 같은 시행착오를 다시 겪을까 우려하고 있다. NYT는 “트위터 내부에서 머스크가 플랫폼을 초기의 문제 상태로 되돌릴까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기술이 발전했으니, 머스크의 주장처럼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
테크더트는 “인간의 본성과 의사소통을 다루는 것은 자동차에 스스로 운전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훨씬 더 복잡하다”며 “콘텐츠 조정에는 ‘축하합니다, 도착했습니다’ 같은 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트위터 같은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다루는 것은 이 복잡성을 인식하고 때에 맞춰 처리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라고도 했다. 인간은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특정 기술만으로 한순간에 해결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데이비드 케이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학 교수는 “머스크는 규칙 제정자와 연설 중재자라는 직위를 샀다.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이 그 일을 정말 힘들어했다”고 평했다.
NYT는 “당신이 트위터 사장이 되면 무엇을 할 것인지 상상하는 것은 재미있지만 실제로 트위터의 사장이 되는 것은 그다지 재미가 없을 것이다. 페이스북(현 메카)을 운영하는 마크 저커버그(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를 봐라. 그 사람은 재미가 없어 보인다”고 4월 전했다.
정확하게 짚었다. 저커버그는 8월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것을 “위장에 구멍을 뚫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서 전화기를 보면 100만 개의 메시지가 와있다”면서 ‘사회적 책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저커버그는 “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원하는 콘텐츠를 얻을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위터에 관해 이야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의 장점은 매우 재치 있고 통찰력 있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모두 얻을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들 중 많은 사람이 매우 날카로워지고 있다”고 평했다.
하버드 법대의 표현의 자유 전문가인 에블린 덕은 “트위터가 표현의 자유에서 순수주의적 입장을 취한다면 즉각적인 승자는 더 검열 적인 라이벌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람들이 혐오적인 표현을 피해 페이스북 등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소셜미디어 트위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
2006년 등장한 트위터는 단문(140자)으로 생각이나 의견을 공유하는 서비스다. 2009년에는 ‘리트윗’ 버튼을 도입했다. 이전에 이용자들은 트윗을 공유하기 위해 글자들을 복사해 자신의 트윗에 추가해야 했다. 리트윗 버튼이 등장한 덕분에 콘텐츠가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게 됐다. ‘복붙’하는 시간 동안 발생하는 고민과 망설임까지 사라져버렸다.
이 짧고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140자의 메시지들은 때때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2009년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을 때 트위터와 유튜브는 사실상 언론을 대신했다. 이란 거리를 사진과 글로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009년 6월 ‘트위터 1, CNN 0’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기존 미디어에 대한 엄청난 분노가 쏟아졌다. ‘이란은 지옥이 됐지만, 언론은 잠을 자고 있었다’는 비판의 게시물이 대표적”이라고 언급했다.
‘아랍의 봄’, 미국의 오사마 빈 라덴 자택 기습 등의 역사적인 순간에서 트위터는 항상 뉴스 속보 역할을 해왔다. 빠르게 퍼지는 속성이 한몫했다.
트위터는 언뜻 보면 페이스북과 유사해 보인다. 지인들과 소통하고 때로는 애완동물의 사진을 올린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데, 안을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다. 트위터는 본질적으로 ‘일대다 네트워크’다. 한 사람이 다수(공개 메시지도 가능)를 상대로 떠드는 방식이다. 페이스북은 친구나 가족, 동료 등의 사회적 관계를 그대로 옮긴 것에 가깝다. 트위터는 정보 전달(소셜미디어)에, 페이스북은 관계(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특화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트위터는 아침에 개별 뉴스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우리의 습관을 깼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실시간으로 뉴스를 생산하고 소비한다”고 2014년 언급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트위터를 언론처럼 생각한다는 통계도 있다. 미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 센터의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30세 미만의 미국 젊은 층은 전통 언론 매체를 신뢰하는 만큼 소셜미디어에서 보는 내용을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뉴스 보도와 의견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 “트위터 덕에 대통령 됐다”
트위터를 사랑하면서 그만큼 잘 활용한 인물이 머스크였다. 머스크의 팔로워들이 테슬라를 홍보하는 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수천만 팔로워의 군대를 보유한 머스크는 트위터를 테슬라의 마케팅 부서로 만들었다”고 4월 전했다. 데이비드 커시 메릴랜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테슬라에 힘을 실어준 것은 팔로워뿐만이 아니었다. 2010~2020년 테슬라 해시태그를 단 트윗 중 23%(3만6000여 개)가 ‘팬봇(게시 자동화 계정)’에 의해 생성된 트윗이었다”고 꼬집었다.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없애겠다고 밝힌 봇 계정이 그동안 자신의 사업 홍보에 큰 도움이 됐던 셈이다.
트위터를 언급할 때 트럼프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1월 8일 트럼프는 메가폰을 뺏겼지만, 이전까지는 활동량이 상당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트럼프는 2010년 142번, 2011년 772번만 트윗을 올렸다. 다음 해,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출생지가 미국이 아니라는 음모론이 나온 이후 트윗양이 3523번으로 치솟았다. 2013년까지 트럼프는 8128개의 트윗을 올렸다. 일주일에 156개의 트윗을 남긴 셈이다. 2017년 4월 트럼프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트위터가 없었다면 나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2016년 대선 이후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활동은 급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대통령직의 엄격함에 대가를 치렀다”고 지난해 1월 평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트윗에 담긴 감정까지 분석했다. 2015년에는 2대 1의 비율로 즐거움이 화남보다 많았다. 이후 분노와 두려움이 일관되게 높았는데, 여기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핵’을 가지고 말다툼한 것도 포함됐다. 트럼프는 ‘내 핵 버튼이 (김정은 것보다) 더 크고 강력하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당시 트럼프는 ‘내 버튼은 작동도 한다’고 유치하게 자랑까지 했었다)
트위터를 활용해 대통령 자리에 오르고, 가짜뉴스와 폭력 선동으로 영구 정지를 당한 트럼프 사례를 보면 트위터 인수에 미국이 왜 이렇게 떠들썩한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어떻게 운영하든 표현의 자유와 가짜뉴스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자유를 그 어느 나라보다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부작용이 많다는 사실도 여러 차례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8년 3월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거짓 콘텐츠(가짜 뉴스)가 1500명에게 도달하는 데 사실보다 평균 6배 빨랐다. 사람들이 거짓 정보를 진실보다 더 빠르게, 많이 퍼 날랐다는 의미다. ‘진실이 신발을 신고 있는 동안 거짓은 세상을 반 바퀴 돌 수 있다’는 마크 트웨인의 명언이 떠오른다.
연구를 진행한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의 소셜머신연구소는 “거짓이 진실보다 빠른 이유는 간단하다. 거짓이 사실보다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참고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된 이 연구는 ‘트위터’를 대상으로 했다. 연구소는 트위터에 게시된 모든 트윗을 분석했고, 트위터도 연구에 100억 원 넘게 지원했다.
※ 다음 신비월드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펼칠 트위터의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살펴볼 예정입니다. 구독을 눌러주시면, 알차게 전달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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