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가상자산 업계에 다사다난했던 한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5월 루나·테라의 가격이 폭락하며 가상자산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10월에는 세계 3위 거래소로 평가받던 FTX가 파산하면서 지금까지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여러 사건들을 바라볼 때 다시 한번 자율규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아직까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공적시스템이 결여된 상태에서 현 시장 혼란을 해결할 주체는 시장개설자인 가상자산 거래소의 자율규제다.
루나 사태 이후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먼저 국내 5개 가상자산 거래소가 모여 자율규제를 도입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정부와 국회도 이들에 힘을 실어줬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인 ‘DAXA(닥사)’다. 처음부터 복수의 거래소로 시작한 미국의 증권거래소들이 통합적인 자율규제기관을 발족시켜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의 5대 가상자산 거래소도 선제적으로 자율규제기구인 DAXA를 출범시킨 것은 매우 바람직하며, 시장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도 긍정적이다.
최근 DAXA의 위믹스 상장폐지 결정을 두고 시끌벅적하다. DAXA에 의하면 위믹스는 가상자산의 가격을 결정하는 주 요인인 유통량을 공시와 다르게 초과 발행했고, 투자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잘못된 내용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위믹스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물론 위믹스 측은 이에 대하여 DAXA의 유통량 기준이 부재했으며, 유통량 오류에 대해서도 성실히 소명했다는 입장이다.
DAXA가 지적한 유통량 오류는 자본시장법에서도 매우 중대하게 다뤄진다. 유통량은 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주므로 신뢰가 중요하고, 오류가 있을 경우 이용자 피해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상장폐지는 기업에도 엄청난 타격이지만 거래소의 단기적인 수익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DAXA가 위믹스 상장폐지 결정을 한 것은 단기적 이익보다 건전한 시장 환경을 만들어내겠다는 거래소들의 의지로 보인다. 물론 일각에서는 DAXA의 자율규제 노력을 폄하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정확한 사실들이 더 명확하게 밝혀져야겠지만, 자율규제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DAXA의 노력이 계속해서 평가절하 된다면, 막 시작되는 가상자산 업계의 자율규제 의지를 후퇴시키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현재 법과 제도의 부재 상황에 있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자율규제마저 위축된다면, 장기적으로 가상자산 산업은 혼탁해지고 시장에 더 큰 피해자들이 양산될 수 있다. 가상자산 시장도 자본시장법의 경우처럼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의 공시규제 위반행위를 자율규제 차원에서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시장에서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하여도 자율규제를 실시하는 법제도적인 근거를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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