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만에 L당 1600원 이하로
7월 유류세 역대 최대 37% 내려
세수 34% 급감… 국가재정 부담
동절기 유지 후 차등조정 가능성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수준까지 떨어지며 국내 휘발유 가격이 1년 반 만에 L당 1500원대로 내려갔다. 유가가 다소 안정되자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속적으로 확대해온 유류세 인하 조치가 국가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어서다.
○ 1년 반 만에 휘발유 1500원대로
1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9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593.80원으로 집계됐다. 일일 휘발유 평균 판매가가 L당 1600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6월 28일(1598.52원)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10일 1586.79원에 이어 이날 1584원대로 떨어졌다.
국내 휘발유 값이 떨어진 건 선행 지표인 국제유가가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9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0.44달러 떨어진 배럴당 71.02달러로 연저점을 경신했다. 국제유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올 3월 배럴당 130달러대까지 급등했다가 하반기(7∼12월) 들어 하락세로 전환했다. 특히 지난주에는 내년에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10% 가까이 하락했다. 국제유가는 보통 2, 3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국내 유가에 반영된다.
다만 국내 경유 가격은 연초(1442.42원)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0일 기준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818.45원이다. 디젤 차량이 많은 유럽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경유 가격은 휘발유보다 가파르게 올랐다. 국내 경유 값은 올 5월 2008년 6월 이후 처음으로 휘발유 값을 추월했는데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경유 값은 휘발유에 비해 더디게 내리고 있다.
○ 유류별 인하 폭 ‘차등 조정’도 검토
유가 부담이 완화되면서 정부는 국제유가 흐름을 지켜보며 유류세 인하 폭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올 7월부터 유류세를 역대 최대 인하 폭인 37% 내렸다. 앞서 국제유가가 급등한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유류세를 20% 인하한 데 이어 5, 6월에는 30%로 인하 폭을 확대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인하 폭을 줄여 나가 늦어도 2024년부터는 세율을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난방용 등으로 수요가 많은 동절기에는 유류세 인하 폭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되, 유류별로 인하 폭을 차등 조정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현재 휘발유보다 L당 200원 이상 비싼 경유에 대해서는 인하 폭을 당분간 유지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된 휘발유는 인하 폭을 축소하는 식이다.
이 같은 정부 방침은 최근 유류세 인하로 세수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1∼10월 교통·에너지·환경세수는 9조4000억 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4.1% 급감했다.
정부는 연말 일몰 예정인 승용차 개별소비세 30% 인하 조치도 내수 진작 차원에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개소세 인하 조치를 내년 세입예산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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