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탄압 월드컵’ 논란 카타르 두둔
부의장 집서 8억원 담긴 가방 발견
“유럽의회 최악 부패사건” 파장 촉각
카타르 “뇌물 의혹 근거 없어” 부인
에바 카일리 유럽의회 부의장(44·사진) 등 유럽의회 주요 인사들이 2022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1일(현지 시간) 기소됐다. 월드컵 개최 전부터 노동자 인권 침해와 성소수자 탄압 등 논란에 휩싸인 카타르가 국제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해 뇌물 공세를 편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전했다. 이 사건은 ‘카타르 스캔들’로 불리며 “유럽의회 역대 최악의 부패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벨기에 일간 르수아르,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벨기에 경찰은 9일 유럽의회 제2의사당이 있는 수도 브뤼셀에서 카일리 부의장과 유럽의회 사회당그룹(S&D) 소속 보좌관, 피에르 안토니오 판체리 전 유럽의회 의원, 루카 비센티니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 사무총장 등 6명을 전격 체포했다. 또 관련자 주거지 등 16곳을 압수수색해 카일리 부의장 집에서 60만 유로(약 8억2500만 원)가 담긴 여행가방을 압수했다. 벨기에 검찰은 카일리 부의장 등 4명을 자금 세탁 및 부패 혐의로 11일 기소했다. 그리스 당국은 그리스 출신 정치인인 카일리 부의장의 자산을 동결했다.
검찰은 “이들이 유럽의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제3자인 걸프 국가로부터 거액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하면서 카타르를 적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외신들은 익명의 유럽의회 관계자를 인용해 “해당 뇌물 공여국은 카타르”라고 일제히 전했다.
카타르 월드컵은 개최 전부터 ‘인권 탄압 월드컵’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카타르가 2010년 월드컵 유치에 성공한 뒤 경기장 건설 등에 대거 동원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폭염, 열악한 근로 조건, 임금 체불에 시달렸고 사망 사고도 잇달았다.
기소된 카일리 부의장은 지난달 유럽의회 연설에서 “카타르는 노동권의 선두 국가다. 유럽이 카타르를 차별하고 괴롭히고 있다”며 카타르를 두둔했다. 월드컵 개막 직전에는 카타르를 방문해 카타르 노동부 장관에게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미힐 판 휠턴 국제투명성기구 대표는 “최근 몇 년간 유럽의회가 목격한 가장 지독한 부패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폴리티코는 “의회뿐 아니라 국제노동조합총연맹까지 연루된 만큼 부패 스캔들이 브뤼셀 전체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타르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수사와 카타르 정부를 연관 지으려는 어떤 시도도 거부한다. 카타르가 연루됐다는 의혹은 근거도 없고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부인했다. EU 수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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