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에서 승용차가 굉음을 내며 질주하다 지하통로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인 60대 여성은 크게 다쳤으며 함께 타고 있던 10대 손자는 사망했다. 가족들은 제동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급발진 사고를 의심하고 있다.
14일 KBS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6일 강릉시 내곡동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A 씨(68)가 몰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교차로 앞에서 멈추는가 싶더니 곧바로 앞선 차량을 들이받고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갔다. A 씨는 당시 “아이고, 이게 왜 안 돼. 큰일 났다”고 말했다.
A 씨 차량은 1차 추돌 사고 이후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600m가량을 더 주행했다. 앞선 차들을 피해 달리던 중 왕복 4차로 도로를 넘어간 뒤 지하 통로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A 씨가 크게 다쳤고, 함께 타고 있던 12세 손자는 숨졌다.
A 씨는 교통사고특례법 위반으로 입건됐다. A 씨 아들은 자식을 잃었는데 어머니마저 죄인으로 만들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브레이크등이 분명히 들어온 상태에서 질주하는 영상이 있으니까 (급발진으로 판단했다). 어머니의 억울함과 (아들이) 하늘나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원인 규명이 정확하게 철저히 이뤄지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는 엔진에서 굉음이 일고 배기가스가 비정상적으로 배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동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때 급발진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제동하면서) 타이어가 타는 이런 연기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상당히 큰 전형적인 급발진 현상”이라며 “시간도 지속성으로 길게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운전자 실수일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고기록장치를 비롯해 차량에 대한 정밀감정을 의뢰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자동차 제조사 측은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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