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고객준비금 신뢰 의문”
지난주 고객 8조원 코인 인출사태
가상화폐 시장 공포에 기름 부어
他회계법인 동조… 비트코인 급락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감사를 맡은 글로벌 회계법인 마자르가 바이낸스를 포함한 모든 가상화폐 거래소의 회계감사 중단을 밝혔다. FTX 사태로 가상화폐 거래소의 불충분한 고객 준비금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회계법인이 준비금 증명을 거부한 것이다. 불안감 속에 바이낸스에서만 지난주 수조 원의 고객 인출 사태가 이어지는 등 가상화폐 시장의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마자르는 바이낸스. 크립토닷컴, 쿠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소의 회계감사를 중단하겠다고 16일(현지 시간) 밝혔다. 마자르는 감사 중단 이유로 “‘고객 준비금 증명 보고서’가 대중에게 이해되는 방식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자르가 바이낸스의 안정성을 보증하는 것으로 비칠까 우려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마자르의 남아프리카법인은 7일 바이낸스의 준비금 보고서를 공개했다. 바이낸스는 이를 준비금이 충분하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바이낸스의 요청된 합의에 의한 절차이지 감사는 아니며 (준비금) 적절성에 대해 진술하지 않는다”고 적시돼 일각에서 신뢰성 논란이 일었다. 이에 이미 12일부터 바이낸스 고객 인출이 잇따랐다. 바이낸스에 따르면 약 60억 달러(약 7조9000억 원)가 빠져나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회계법인 BDO도 사실상 가상화폐 거래소 감사 중단을 시사했다. BDO의 이탈리아 법인은 스테이블코인 USDT 발행사 테더의 고객 준비금 증명 보고서를 맡은 바 있다. 미 뉴욕 남부지검이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를 사기와 돈세탁,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 8개 혐의로 기소한 가운데 FTX의 회계감사가 엉망이었다는 점이 드러나자 회계법인들이 발을 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FTX의 몰락 이후 시장점유율이 53%까지 치솟는 등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바이낸스에 집중된 지배력이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다른 회계법인을 구해 고객 준비금을 증명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코인 거물’들은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다. 비트코인은 14일 1만8000달러대를 회복했다가 18일 현재 1만6000달러대로 떨어졌다. 바이낸스 자체 발행 코인인 BNB는 약 9% 급락했다.
바하마에서 수감 중인 뱅크먼프리드는 미국 송환에 대한 법적다툼을 중지하기로 했다. 조만간 미국에 송환돼 뉴욕시 브루클린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구치소에 수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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