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불꽃축제 안전인력 늘려
‘키다리 경찰’ 밀집구간 경고 방송
응급통로는 통행막고 구급차 배치
시민들도 협조… 차분히 축제 즐겨
“(부산 지하철) 2호선 광안역 방면은 사람이 너무 많아 진입이 불가능합니다. 제 양쪽인 금련산역과 수영역으로 이동하세요.”
17일 오후 8시 반경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사거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3년 만에 열린 부산불꽃축제가 끝나자 귀가 인파가 쏟아졌다. 이른바 ‘DJ폴리스’로 불리는 ‘혼잡안전관리차량’에 탑승한 경찰이 마이크를 들고 지하철역 상황을 안내하자 일부 시민들은 “알겠어요”라며 손을 흔들었다.
부산시와 부산경찰청은 이날 축제에 약 70만5000명이 몰린 것으로 집계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행사였지만 안전사고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의 철저한 준비와 시민들의 높아진 안전의식 덕분이란 평가가 나온다.
○ 70만 몰린 축제에 안전사고 ‘0’건
부산시와 경찰은 이날 2019년 축제 때(약 3500명)보다 1900여 명 늘어난 약 5400명의 안전관리 인력을 투입했다. 이태원 참사 때 좁은 골목길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을 감안해 특히 골목길 안전 확보에 집중했다.
대중교통 승하차 지점과 행사장인 광안리해수욕장 사이 진입 골목은 모두 16곳. 주최 측은 골목당 30명 넘게 안전관리 인력을 배치해 인파가 특정 골목으로 몰리는 걸 막았다. 골목 4곳은 ‘응급 통로’로 지정해 통행을 일부 제한하고 구급차와 의료진을 배치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구급차가 병원까지 바로 이동할 수 있게 한 것”이라며 “이런 골목길 안전 시스템은 처음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불꽃축제가 진행된 17일 오후 6∼8시 광안리 해변에서 접수된 112신고는 총 101건이었다. 교통 불편 해소를 요청하는 내용이 93건(92%)으로 대부분이었고 인명 피해 신고는 1건도 없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저체온증과 가벼운 타박상을 호소한 사람이 8명 있었지만 병원으로 이송될 정도의 부상자는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 ‘DJ폴리스’와 ‘밀집도 스크린’ 첫 운영
부산경찰청은 인파가 집중된 곳을 옮겨 다니며 방송으로 군중을 통제하는 이른바 ‘DJ폴리스’ 차량을 이날 운영했다. 일본 경찰이 핼러윈 등에 운영하는 차량을 벤치마킹해 전국에서 처음 도입한 것이다. 경찰은 ‘밀집도 안내 대형 스크린’도 6곳에 설치했다. 스크린은 행사장 내 주요 구역 8곳의 혼잡도를 빨강(매우 혼잡), 노랑(혼잡), 초록(원활) 등으로 표시했다. 혼잡도가 높은 지역에는 70cm 사다리에 올라탄 일명 ‘키다리 경찰관’이 등장했다. 이날 광안리 만남의광장 등에선 키다리 경찰관이 확성기를 들고 “뛰지 마세요”, “주머니에 손 빼고 걸으세요” 등의 내용을 방송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시민들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이날 관람객들은 인파 속에서도 앞사람을 밀지 않고, 혼잡 지역은 아예 진입을 피하며 차분하게 축제를 즐겼다. 부산 기장군에서 온 정모 씨(43)는 “이번이 4번째 불꽃축제 참석인데 이동하면서 스스로 안전 여부를 계속 체크했다. 주변에서도 안전에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