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최원준(43)의 눈에는 한국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출신 흑인들이 그랬다. 2020년부터 2년간 동두천, 파주 등을 돌며 그들의 일상을 좇았던 최 작가의 결과물이 서울 종로구 학고재에서 진행 중인 전시 ‘캐피탈 블랙’에서 선보여진다.
전시장을 둘러보다보면 ‘이 사진의 배경이 한국이 맞나’ 의문이 들 정도다.
사진 24점에는 우리에게 생소한 아프리카 문화가 깊숙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파티들, 동두천’(2022년)은 나이지리아 이보족의 다양한 파티 현장을 포착한 사진이다. 공통적으로 보이는 장면은 이들이 돈을 하늘에 뿌리고 얼굴에 붙이는 것인데, 이는 서아프리카 지역의 축하 의식이라고 한다.
평범한 가족사진인 듯한 ‘나이지리아에서 온 이구웨(왕) 찰스와 호프 그리고 한국에서 자녀들, 동두천’(2021년)도 가만 보면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꽃무늬 벽지와 갈색 가죽 소파가 전형적인 한국 가정집을 유추하게 하지만, 가장인 찰스의 머리에는 왕관이 씌워져있다. 낯선 문양의 옷을 입고 있는 그는 동두천 아프리카 타운 주민들이 추대한 왕이다. 아프리카의 왕족 문화가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 작가의 작품 속 아프리카인들은 ‘외국인 노동자’보다는 ‘민중’으로 등장한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최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동두천으로 작업실까지 옮겼다”고 했다.
그는 “아프리카인들은 미군이 감소하며 자연스레 월세가 값싸진 미군부대 인근, 혹은 본인들의 근무지인 제조업 공장지대 인근에 머물며 타운을 만든다. 한국 제도권으로 들어갈 수 없는 그들은 그곳에서 자신들만의 문화와 공동체를 결속해간다”고 했다.
작가가 아프리카인들의 문화적 고립을 막기 위해 협업한 것이 음악이다.
전시장에는 2점의 영상작품이 있는데, 모두 가나인 래퍼나 나이지리아인 가수 등 아프리카인들이 제작에 참여했다. 그중 안쪽 방에서 상영되는 뮤직비디오 ‘저의 장례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2022년)는 거대 기념비 형태의 신발 모양 설치물과 전시돼 눈길을 끈다.
한 아프리카인이 죽자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다국적 인물들이 모여 함께 신발 모양 관을 들고 고인의 발이 닿았던 곳들을 돌아다니며 애도하는 내용이다.
최 작가는 “작년과 올해 아프리카인 사망자의 시신 2구를 본국으로 송환하는 데 도움을 줄 기회가 있었다. 가나에서는 고인이 생전 좋아했던 물품으로 관을 짜는데, 그 전통을 차용해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전시가 국내 아프리카 이주민에 연구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판매금 절반을 이주민센터 등에 기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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